김사장의 짧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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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번째 영화, 아수라 (2016)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6. 10. 4. 20:16



김성수 감독이다. <비트(1997)>, <태양은 없다(1998)> 보다 한껏 가라앉은 분위기를 들고 돌아왔다. 정우성과는 네 번째 만남인듯. 그간의 작품들에서 관객과 타협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김성수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관객이 끼어들 여지를 남겨두지 않은 채 본인의 뚝심으로 오프닝 시퀀스부터 엔딩 크레딧까지 몰아붙인다.

아수라 혹은 수라는 불교의 육도 중 하나인 (아)수라도의 왕 격인 귀신이다. 수라도는 전쟁이 끊이지 않는 세계이다. 수라도에 떨어진 귀신들은 계속해서 싸운다. 나는 영화의 제목을 참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마치 수라도에 떨어져있는 것처럼, 끊임없이 몰아치는 폭력을 휘감는 혼란스러움은, 가상의 시대에 가상의 도시에서 펼쳐지는 사건들이 지나치게 사실적이기에 더욱 가중된다.

아수라는 머리가 셋이고 팔이 여섯인 귀신이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인물도 셋. 형사 도경(정우성), 검사 차인(곽도원), 시장 성배(황정민)이다. 정만식, 주지훈, 김원해 등이 이야기를 더욱 알 수 없게 하는 주변 인물로 등장하지만 정우성과 곽도원, 황정민이 만들어가는 지옥이 진짜 지옥이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하드보일드 범죄 누아르' 장르인 이 영화가 혼란스럽지만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작중 인물들의 동기나 감정이 굉장히 사실적이기 때문이다. 시대적 배경은 미상, 공간적 배경은 가상인 영화에서 인물들이 현상적이니 더욱 혼란스러울 수 밖에.

감독이 이 영화의 전반에 힘을 바짝 주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는 장면은 빗속의 자동차 추격전이다. 이야기가 끝을 향해 가고 있기는 했지만 아직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사실상 이 영화에서 가장 긴장감 넘치는 장면이 중후반부에서 연출된다. 누아르라는 장르 자체가 종일 어둡고 긴장을 하게 한다지만, 이쯤되면 감독이 관객을 고문하는데 특별한 재능이 있다고 느껴질 정도이다.

추격전의 액션캠 뿐만 아니라 영화 전반에서 카메라 감독의 솜씨 또한 빛이 난다. 가상의 공간 안남시의 이모 저모를 담아내는 유려한 카메라 워킹은 그야말로 화룡점정이다. 카메라 워킹이 더욱 빛을 발하게 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두 말 할 것 없다. 정우성의 욕이 어색하기는 했지만(사실 굉장히 거슬렸다. 욕 할 줄 모르는 갓우성) 오프닝 시퀀스에서 잠깐 등장했던 윤제문을 포함, 모든 배우들이 러닝타임 내내 온갖 힘을 쏟아낸다. 영화가 끝나는 순간의 카메라 구도는 마치 관객의 호흡인양 자연스럽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모든 것을 차치하고서, 이 영화가 가지는 진정한 가치는 '한국형 범죄 누아르가 이만큼이다!' 라는 것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는 것이다. 영화를 읽어보면 상업적인 영화는 아니다. 배우들의 티켓 파워에 기대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감독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전달할 만한 힘이 있는 배우들이 필요한 상황이다. 때로는 찌질하고, 때로는 악랄한 우리네 모습을 피부에 와닿게 그려낼 수 있는. 그래서 나는 이 영화가 잘 만든, 재미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스크린 속 가상 세계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상 세계에까지 넘실거리는 수라도. 평점은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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