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90번째 영화, 벤허 Ben-Hur, 2016 본문
굉장히 실망스러운 리메이크이다. 얼핏 생각하면 원작인 <벤허(1962)>를 압축시킨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저 실망스러움만 가득하다. 본래 <벤허(1962)>가 20세기 최고의 종교영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제작된 시기를 감안하고서라도 엄청난 스케일의 박진감과 에둘러서 전달하는 기독교적 메세지였다. 하지만 <벤허(2016)>은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
시대적 배경은 예수의 공생애 전후(A.D. 30)이다. 유대인의 귀족인 벤허(잭 휴스턴)의 입양된 형제 메살라(토비 켑벨)는 고향을 떠나 로마군에 입대하고 높은 지위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온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의해 노예가 된 벤허가 노예로 살다가 어찌어찌 예루살렘으로 다시 돌아와 복수를 위해 메살라와 다시 싸우는 이야기다.
원작에 비해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은 유다와 메살라의 관계이다. 원작에서는 유다와 메살라 사이에 이념적(이라는 표현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갈등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반면, <벤허(2016)>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배신감과 복수심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러한 갈등에 있어 개연성이 부족하다. 이념적 대립이 아닌 것은 더욱 분명하다. 이야기가 전개되고 갈등이 심화될 수록 대체 왜?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복수는 허무한 것이고 갈등과 대립 끝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라는 메세지를 전하려는 것이라면 성공이지만, 이야기의 전개를 고려해볼때 지나치게 뜬금없이 갈등하는 것이 '느자구없다' 라는 표현으로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둘 사이의 갈등은 마지막 전차 경주에서 가장 심화되어야하는데 앞에서 둘 사이의 이야기가 개연성 없이 진행되다 보니 긴장의 고조는 커녕 스케일을 통한 박진감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분명 <벤허>는 기독교 영화이다. 예수의 공생애 시기를 그 시대적 배경으로 하기에 예수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그런데 <벤허(2016)>에서의 예수(로드리고 산토로)는 뜬금포의 연속이다. 맥락없는 등장에 뻔한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다보니 예수라는 캐릭터가 가진 힘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
게다가 예수가 죽기 직전에 한 말씀(십자가 위에서 하신 말씀이라해서 가상칠언이라고도 한다)은 각 복음서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다 이루었다(요19:30)' 또는 '아버지여 내 영혼을 아버지께 부탁하나이다(눅23:46)'으로 알려져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용서'와 '사랑'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하기 위함인지 '아버지여 저들의 죄를 사하여 주옵소서(눅23:34)'의 말씀을 차용했다. 고증이 엉망인건지, 단순히 영화적 서사인건지는 모르겠지만 성서를 왜곡하는 것이 기독교 영화에서 과연 적합한 것인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할 듯 하다.
상처뿐인 과거의 빛바랜 영광. 평점은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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