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86번째 영화, 거울나라의 앨리스 Alice Through the Looking Glass, 2016 본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에 이은 후속편이다. 6년만에 나온 작품 치고, 굉장히 실망스럽다. 영화는 현실 세계에서 앨리스(미아 와시코브스카)의 행적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앨리스는 거울을 통해 다시 원더랜드로 들어가게 된다.
단점은 셀 수 없이 많지만, 나를 가장 실망하게 했던 것은 다름아닌 전편에 이은 동어반복이라는 것이다. 여전히 우리가 어릴때 한번씩은 읽어봤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없다. 전편에서는 '전사' 앨리스가 있었고, 이번에는 '도둑' 앨리스가 있다는 것이 다를 뿐.
더욱이 전편에서는 붉은 여왕(헬레나 본햄 카터)이라는 아주 평면적이고 전형적인 악당이 있었던 것과 달리 이번 작품에는 시간(사챠 바론 코헨)이라는 선도 악도 아닌 인물이 등장한다. 그것도 전작의 네이브 오브 하트(크리스핀 글로버)와 같이 이용만 당하다 버려지는 신세로.
어디서부터 엉킨 것인지 모를 난해한 문제를 파고 들어가면 결국 보여지는 해답은 '참신함'의 결여이다. 앨리스 시리즈, 나아가 동화에 기반하는 이야기들은 참신함과 상상력이 가장 큰 무기이다. 그런데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모자장수(조니 뎁)과 앨리스를 중심으로 한 '독특한 캐릭터'라는 안정적인 특징만을 취한 채 시간이라는 캐릭터의 참신함도, 시간여행이라는 클리셰의 상상력도 충분히 살려내지 못한다. 그저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컨셉을 잡았는지 시간에 관련된 의미심장한 문장들을 반복할 뿐이다. 2시간짜리 명언집이라고 생각하는게 마음은 편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가지는 의의는, 전편의 떡밥을 풀어냈다는 점과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는 여성상을 제시했다는 점에 있다. 앨리스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는 19세기 중말 영국이다. 당연히, 여성의 사회 진출은 제한당하는 시절이었고, '꿈을 쫓는 여성'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것인 시대이다. 하지만 감독은 앨리스에게 운명을 개척할 힘을 부여했고 앨리스는 당당하게 자신이 원하는 부분을 개척한다. 물론 이 뒤에는 기성세대인 앨리스의 어머니의 도움이 크다.
하지만 약 2시간의 러닝타임동안 시간에 대한 명언만을 줄줄이 쏟아놓고, '힘세고 강한 여성! 만일 누가 묻는다면 내 이름은 앨리스!'라는 식의 마무리는 원더랜드 안에서의 이야기를 모두 허상으로 만들고 종국에는 전편에 이어 여전한 모자장수의 그로테스크한 광기, 하얀 여왕(앤 해서웨이)의 병맛만을 남긴다.
시리즈의 마지막이길 간절히 기도하며. 평점은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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