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84번째 영화, 이퀄스 Equals, 2016 본문
참으로 오랜만에 영화를 봤다. <머니 몬스터>와 고민하던 도중, 가을을 타는지 문득 '사랑'이라는 키워드에 꽂혀 이퀄스를 선택했고,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괜찮은 선택이었다. 이름도, 필모그래피도 익숙하지 않은 감독이 SF 장르와 멜로를 어떻게 엮어낼까 조금은 걱정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훌륭하게 만들어낸 것 같다.
설정부터 살펴보자면, <이퀼리브리엄>의 설정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바로 '감정'을 질병, 즉 악의 근원으로 본 것이다. 주인공 사일러스(니콜라스 홀트)와 니아(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살아가고 있는 미래의 어느 시점, '선진국'에서는 감정을 질병으로 규정하고 감정이 있는 사람들을 격리시키며 시민, 즉 이퀄들을 통제한다. 이퀄들은 각자 원하는 '작업장'에서 일을 하며 '선진국'은 이퀄들의 삶의 이유, 목적이 바로 우주를 탐사하는데 있다고 한다. 극중 방송에서 나레이션은 '우주에 답이 있다'라는 말을 여러번 반복한다.
사일러스는 정해진 일상에 맞춰 거대한 기계의 부품처럼 살아간다(이 부분에서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가 생각났다). 그러던 어느 날 사일러스의 작업장에서 어떤 사람이 투신 자살을 하고, 직장 동료의 '노동력을 잃었다. 새로운 노동력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들으며 주먹을 움켜쥐고 몸을 떠는 니아를 발견한다.
사일러스는 감정에 익숙하지 않다. 병원에서 감정 보균자임을 확인하고, 감정 억제제를 먹는다. 하지만, 니아를 연모하는 그의 마음이 감정 억제제로 눌러지지 않을 터. 점차 둘은 가까워지고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게, 몰래.
그러나 사일러스의 사랑은 소심하고 이기적이다. 극이 진행되면서 사일러스와 니아에게 다가오는 위협에서 사일러스는 갈등을 피한다. 문제를 외면하고 도망친다. 니아는 보다 적극적으로 감정에 맞선다. '사랑할 자유'를 위해 니아는 진취적인 자세를 취한다. 얼핏 사일러스의 태도가 훨씬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감독이 추구하고자 하는 자세는 니아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영화의 가장 압권이라고 할 수 있는 장면은 단연 마지막 장면이 아닐까 한다. 영화는 열린 결말로 끝난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는 모른다.
두 배우의 연기는 젊은 배우 답지 않게 안정적이었다. 탄탄한 연기 위에 올려놓은 그림같은 외모는 영화의 색감과 묘하게 어우러지면서 아름다운 장면들을 그려냈다. 감독의 연출이 괜찮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여기에 있다. 사일러스가 감정을 알게 되고 자신의 감정에 점차적으로 충실해지면서, 초반에 온통 창백했던 스크린에 따뜻한 빛들이 스며든다. 온통 하얗고 파란 세상에서 사일러스의 감정을 따라 따뜻해졌다가, 차가워졌다가 하는 색감의 조절은 관객들이 영화에 더 쉽게 몰입하게 한다.
한편으로는 '금지된 사랑'이라는 키워드에서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가도 싶다. 동성애는 병이 아니다. 본인은 크리스찬이고 '동성애'를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동성애자에게도 이성애자와 마찬가지로 사랑할 자유가 있음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영화에서 이퀄들 사이에서 놓여있는 '감정을 가진 소수'에게, 현실에서 이성애자들 사이에 놓여있는 '소수의 동성애자'가 오버랩된다. 사랑에는 인종도, 나이도, 국경도, 언어도 없다. 감정을 가진 인간이라면 누구나 사랑할 권리가 있다고, 감독은 말하는 듯 하다.
SF는 포장에 불과할 뿐, '인간이 인간을 사랑할 자유'에 대해 이야기하는 감성 멜로. 평점은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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