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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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TODAY] 31번째 영화, 어느날 (2017)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7. 4. 12. 00:43


 

<남과 여>(2016)를 기억하는가? (리뷰 보러가기) <어느날><남과 여>를 연출했던 이윤기 감독의 신작이다. 2005<여자, 정혜>부터 9편째 연출을 맡은 작품이지만 필자가 이윤기 감독을 처음 만났던 영화는 <남과 여>. 첫인상이 좋지 않았다. 예쁜 화면을 그려내는 능력도, 배우의 발성을 활용하는 능력도 훌륭하지만 그의 화법은 필자에게 용납하기 어려운 소재다. 필자의 두 번째 이윤기는 가뜩이나 나빴던 첫인상을 네거티브 저 멀리로 고착시켰다.

 

영화는 강수(김남길)가 아내 선화(임화영)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강수의 처남 영우(성준)가 전화를 하지만 결국 받지 않고 안주머니에 휴대전화를 넣는다. 이후 강수는 평소와 같이 출근을 한다. 회사에서 영우는 강수를 기다린다. 영우의 누나가 빨리 죽기를 바란 것 아니냐는 물음에도 강수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 아내의 죽음을 강수는 애써 외면한다.

 

사별의 아픔을 채 이겨내기도 전에 강수의 눈앞에는 미소(천우희)가 나타난다. 정확히 말하자면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져있는 미소의 영혼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강수에게만 보인다. 시각 장애인이었던 미소는 어느 날, 사고를 통해 앞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날, 자신을 알아보는 강수를 만난다. 영화가 이야기하는 어느 날은 미소의 시점이다. 그리고 영화는 강수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강수는 미소에게서 어렴풋이 선화를 본다. 처음 미소의 병실을 찾았던 그 날, 얼결에 주머니에 넣고 나왔던 조약돌을 돌려놓으러 가는 장면에서 알 수 있다. 함께 벚꽃 길을 지나는 장면에서, 함께 바다에 가는 장면에서 강수는 미소에게서 선화를 본다. 그래서일까. 미소의 이기적인 부탁을 강수는 거절하지 못한다.

 

영화는 애써 외면하는 남자와 잊히지 않으려는 여자의 이야기다. 강수는 아내의 죽음을 외면하려 한다. 강수는 선화의 방을 정리하지 않았다. 죽은 이의 짐을 정리하지 않는다는 것은 대상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 상실감을 감당할 수 없어 애써 등을 돌리는 행위다. 미소는 잊히고 싶지 않다. 극 중 미소의 대사들에서 미소의 심정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 미소를 통해 강수는 비로소 선화의 죽음을 마주한다.

 

감독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잊지 말자.” 그러나 <남과 여>에서도 그랬듯이 감독이 소재로 삼는 이야기는 비윤리적이다. <남과 여>가 불륜을 소재로 해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어느날>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무책임한 죽음을 지나치게 미화한다. 훌륭한 재능을 올바르게 사용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선택의 결과는 누가 감당하는가? 평점은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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