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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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번째 영화, 보통사람 (2017)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7. 3. 23. 15:35

29번째 영화, 보통사람 (2017)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은 보통 사람. 추 기자(김상호)의 대사다. 이 영화의 주제를 담고 있는 대사라 명대사로 회자될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추 기자 만을 보통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시대적 상황에서 가족을 위해 권력의 물살에 휩쓸리는 성진(손현주)도 보통 사람이다. 경찰의 강압적 수사에 시달리는 태성(조달환)도 보통 사람이다. 보통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인물은 안기부 실장 규남(장혁)뿐일까.

 

영화 속에서 성진에 대치되는 장치는 경찰서 마당에서 키우는 강아지다. 성진은 얼굴도 알아보지 못한다며 구박하지만, 후반부에서 복날을 맞아 보신탕이 돼버린 모습을 보며 스스로를 비춘다. 토사구팽. 성진의 상황을 정확히 나타내는 사자성어다.

 

감독은 규남으로 대표되는 절대 악을 상정한다. 목표가 되어 희생당하는 추 기자, 가족을 위해 권력에 기생하는 수많은 사람들, 권력에 가담했으나 추 기자의 영향으로 정의라는 가치를 위해 전향하는 성진, 권력에 의해 의미 없이 스러져가는 태성 등 악은 보통의 사람들을 잡아먹고 권력을 유지한다. 악의 권력을 집행하는 규남은 원칙을 입에 달고 산다. 원칙. 어디서 많이 들어본 단어이지 않은가?

 

환난의 시대 속에서 보통 사람들을 내세워 시대를 이겨내는 그림을 감독은 원했다. 그러나 인물은 온데간데없고 시대만이 남아버렸다. 시대와, 시대를 통해 그 힘을 공고히 한 권력, 권력의 상징인 사회 지도층(그 중에서도 특히 법조계를 강조한다)만 남아있다. 그 시대를 대표하던 신동엽 시인이 껍데기는 가라고 피를 토하며 외쳤건만, 사람은 없고 껍데기만 남아버리다니.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손현주, 김상호, 장혁 세 배우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없는영화가 됐다는 것. 그것은 이 영화가 정의가 아닌 진영논리에 휩싸여 돈을 좇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전두환의 군사정권. 민주 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독재 정권만큼 뚜렷하고 확실한 악은 없다. 특히 전두환 정권은 <화려한 휴가>, <26> 등 수많은 작품에서 다뤄진 소재다. 이전의 감독들은 민주화 운동과 신파를 통해 정의를 이야기했다. 그러나 김봉한 감독은 진영논리와 비관적인 시선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까.

 

좋은 영화의 필수 조건은 좋은 소재이지만, 좋은 소재가 항상 좋은 영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감히 이 영화가 김봉한 감독의 한계라고 생각한다. 좋은 배우들의 좋은 연기, 좋은 소재로 볼만한영화는 만들었지만 좋은 영화는 만들 수 없는 감독. 돈을 좇는 한국 영화 시장에서 양산되는 흔한 감독 중 한 사람으로 끝날 것이다. 부디, 다음 작품에서는 돈이 아니라 예술을 추구하는 감독으로 돌아오시길.

 

보통 영화, 보통 감독. 평점은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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