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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번째 영화, 프리즌 (2017)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7. 3. 23. 07:33

28번째 영화, 프리즌 (2017)

 

개봉 시기가 미묘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인용이 선고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음지에서 암약하는 비선실세가 벌을 받는 영화라니. 시기상 여러 정치 풍자 콘텐츠에서 2차적으로 소비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글쎄, 과연 이 영화에 그만한 가치가 있나 싶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필자의 SNS에 가장 먼저 올린 글이 돈 주고 보지 말라였다면, 말 다했지 않은가.

 

나현 감독은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가진 각본가다. 그의 필모에서 유명한 작품으로는 <화려한 휴가>(2007),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 <마당을 나온 암탉>(2011), <마이 웨이>(2011) 등이 있다. <프리즌>은 나현 감독이 연출한 첫 장편 상업영화다. 비슷하게 올해 데뷔한 <싱글 라이더>의 이주영 감독과 비교할 수밖에 없다. 필자는 이주영 감독의 손을 들어주겠다.

 

<프리즌>에서는 죄수를 가두는감옥이 오히려 죄수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이 된다. 감옥 안에서 절대 권력을 누리며 미제 사건들을 만들어내는 익호(한석규). 평화로운(?) 그만의 왕국에 불쑥 찾아온 전직 경찰 유건(김래원). 사회 고위층에 미치는 영향이 어마어마한 분이 계심에도 감옥 안에서는 영역 다툼이다. 중학생도 아니고 영역 다툼이라니!

 

감옥 안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을 움직이려는 익호나, 익호를 꺾으려는 창길(신성록)이나, 유건에게 2인자 자리를 위협받는다고 생각한 홍표(조재윤)이나, 익호를 꺾고 진정한 지배자가 되고 싶어 하는 강 소장(정웅인)이나 한결같이 남들 위에 서려는, 보다 구체적으로는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고 싶은 수컷으로서의 욕망만을 어필한다.

 

애초에 일개 수감인 그것도 족보도 없는 개인에게 사회 고위층이 흔들린다는 설정 자체에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리고 그 정도 되는 사람이 그 의도를 알 수 없는 전직 경찰을 곁에 둔다? 유건 입장에서는 일이 지나치게 쉽게 풀린다. 지나치게 허술한 설정과 장치들은 영화의 긴장을 극대화시키지 못한다. 몰입이 안 되기 때문이다.

 

허술한 이야기에 평범한 연출, 결국 이 영화는 캐스팅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한석규, 김래원, 정웅인, 조재윤, 신성록, 이경영, 김성균, 박진우 등 우리에게 익숙한 얼굴들을 번지르르하게 두르고 뻔뻔하게 우리 영화 봐주세요라고 구걸하는 <프리즌>.

 

이야기가 가지는 힘이 없어 조미료만 지나치게 퍼부은 덕에 씨네21 김현수 기자의 장르 뷔페라는 표현이 꽤나 날카롭게 느껴진다. 전체적으로는 감옥물인데 첩보, 느와르, 범죄, 액션, 드라마, 가족, 스릴러 등 정체성을 갖지 못한 채 끊임없이 장르의 물결 속을 방황한다.

 

최근 단일 장르의 영화는 거의 존재하지 않고 복합장르 영화가 많이 나오는데 <프리즌>의 문제는 중심이 되는 줄기가 없다는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함 속에서 안타깝게 표류한다. 감독도 영화의 힘이 배우에게 있다는 것을 알았는지 김래원과 한석규의 감정 연기를 집중 조명한다. 그나마 다행인 부분이다.

 

동물의 왕국 영역싸움 편. 평점은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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