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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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번째 영화, 13층 (1999)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7. 3. 25. 04:14

30번째 영화, 13(1999)

 

우리가 사는 세계가 진짜 세계가 아니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법한 상상이고, 실제로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이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짐 캐리 주연의 <트루먼 쇼>(1998)이다. <트루먼 쇼>는 트루먼(짐 캐리)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트루먼이 살고 있는 세상이 현실이 아닌 만들어진 세상이고, 트루먼은 트루먼 쇼라는 프로그램의 주인공이라는 내용이다. 어릴 때 이 영화를 봤는데, 아직도 그 반전이 주는 충격에 적응하지 못했다. <매트릭스> 시리즈도 네오(키아누 리브스)가 현실이라고 믿고 있는 곳은 현실이 아닌 가상의 세계였고, <인셉션>(2010)은 다른 사람들의 꿈으로 들어가는 내용이다.

 

<13>은 영화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물리적 공간이다. 이곳에서 주인공 더글러스(크레이그 비에코)는 가상의 세계로 접속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을 한다. 그의 동료인 풀러(아민 뮬러스탈)은 가상세계에서 더글러스에게 전할 편지를 바텐더에게 맡기고 현실로 돌아오는데 그날 밤 술집 앞에서 살해당한다. 바텐더 애쉬튼(빈센트 도노프리오)이 편지를 열어보는 장면이 있기 때문에, 관객은 자연스럽게 편지의 정체에 모든 감각을 집중한다. 더글러스가 가상세계에서 애쉬튼을 만났을 때 편지를 보여주지 않는 장면까지 더해지니 누가 봐도 애쉬튼이 가장 의심스럽다. 장면이 좀 더 흐르고, 동료인 휘트니(빈센트 도노프리오)가 애쉬튼에게 접속하는 장면이 나온다.

 

풀러가 남긴 편지의 단서를 찾기 위해 가상세계를 드나들며 이미 애쉬튼에 의해 풀러가 남긴 편지와 자기 세계의 비밀을 알아버린 더글러스는 제인을 찾는다. 자신이 현실이라고 굳게 믿고 있던 것이 사실은 자신이 만든 것과 같은 똑같은 가상 세계이고, 제인은 원래의 세상에서 찾아온 유저였다. 이미 사실을 알아버린 더글러스에게 이러한 사실은 아주 큰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더글러스는 제인에 의해 어떠한 사건에 휘말리고, 결국 그 사건을 통해 현실세계로 돌아간다.

 

<인셉션>의 마지막 장면이 상당히 명장면으로 꼽히는데 바로 팽이가 계속해서 도는 장면이다. 감히 판단컨대 <13>의 마지막 장면은 <인셉션>을 훨씬 뛰어넘는다. 1층위 세계(애쉬튼의 현실)에서 2층위 세계(더글러스의 현실)의 본질을 깨달은 더글러스는 제인의 계획에 의해 3층위 세계(제인의 현실)에 도달한다. 그러나 브라운관 TV가 꺼지듯이 점멸하는 스크린은 3층위 세계가 진짜 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선사한다.

 

감독은 관객이 더글러스의 시선을 따라 사고할 수 있도록 인물과 사건을 배치한다. 1층위 세계를 연구해온 풀러의 죽음을 빌미로 누가 죽였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사건이 진행되면서 1층위 세계에서 역으로 2층위 세계로 올 수 있음을 알려줌과 동시에 3층위 세계의 인물을 조명하면서 2층위 세계가 허구임을 드러낸다. 이는 더글러스가 3층위 세계로 올라갈 수 있음을 암시하는 기능과 함께 더글러스의 몸을 이용해 풀러를 죽인 3층위 인물의 등장을 암시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3층위 세계가 허구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이면서 감독은 세계관의 외연적 확장을 오롯이 관객에게 맡겨버린다. 그 결과 <13>은 감독이 던진 화두를 관객이 풀어내는 쌍방향 소통이자 선문답이 되어버린다. 일방적 전달이라는 영화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생각해도 될까.

 

범죄 수사 스릴러의 탈을 쓴 SF 철학 영화. 평점은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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