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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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TODAY] 52번째 영화, 대립군 (2017)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7. 6. 3. 16:10

[MOVIE TODAY] 52번째 영화, 대립군 (2017)

 

<대립군>은 언뜻 대립질을 하는 토우(이정재)와 일행이 주인공으로 보이는 제목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광해(여진구). 유약한 왕자 광해가 목숨을 위협받는 여정 끝에 왕이 되는 로드무비이자 성장영화다. 광해는 의병을 모아 왜군에 항쟁하라는 선조의 명을 받아(영화 속에서는 선조 본인이 명으로 피신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려진다) 강계로 향한다. 병력이 없는 상황에서 토우를 필두로 하는 대립군에게 호위를 맡긴다.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광해는 선조를 대신해 의병을 규합하고 조선의 대표로서 왜군에 맞서는 역할을 감당한다. 제대로 세자로 책봉된 상태도 아니며 단지 조선 왕실을 대표하는 선조의 대리인으로서 전장 한 가운데 버려진다. 무능한 조정을 향한 손가락질을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

 

대립군은 생계를 위해 누군가를 대신한다. 얼굴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의 군역을 대신 지는 사람이다. 그래서 전장에는 그들이 없다. 영화 초반 여진족 무리와의 전투가 끝난 후 보상금을 주는 장면이 나온다. 대립군은 본명으로 불리지 못한다. 대립군 왕춘(한재영)그놈이 그놈 같다며 자신이 누구를 대신하는지조차 헷갈려한다. 그런 대립군을 대표하는 캐릭터가 토우다.

 

토우와 광해는 서로의 입장만 다를 뿐이지 전란 속에서 자신을 잃은부품에 불과하다. 거스를 수 없는 구조 속에서 주체성을 잃고 흐르는 대로 살아가는 캐릭터다. 토우와 광해는 피난 속에서 성장한다.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서로를 이해한다. 왕족과 천민의 신분적 관계에서, 이후에는 서로를 전우로 인식한다. 처음 습격을 받았을 때는 책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목숨을 구한 토우의 뺨을 쳤던 광해가 나중에는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왜군을 유인하고 돌아온 토우에게 천만다행일세. 무사해서.’라며 따뜻한 말을 건네는 데서 확인할 수 있다.

 

둘째는 감독이 전하는 군주론이다. 감독은 상황 속에서, 인물들 간의 대사 속에서 올바른 리더십에 대한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진다. 후반부 산성 씬에서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자, 사사로운 감정은 버리고 명군에 의탁하러 가자, 그렇게 조선을 지키는 게 선조에 대한 효라는 신하들의 외침에 광해는 당당히 맞선다. 부모를 향한 마음이야 말로 사사로운 감정이며, 어느 책에 백성을 버리라고 하고 있냐고. 신철 장군의 군영에 이르러 가서 전해라. 이 나라의 왕이 왔노라고.”라며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 마지막에 용 2마리가 그려져 있는 깃발에 대한 광해와 토우의 내레이션 모두가 리더십에 대한 감독의 메시지를 전한다.

 

광해는 초반에 왕의 자리를 책임지기 싫어하며 부담스러워하는 유약한 왕자로 나온다. 오죽했으면 첫 등장 씬에서 나인이 청심환을 권하겠는가. 그러나 토우와의 여정 속에서 백성들을 만나며 그 마음이 변한다. 피난민에게서 식량을 약탈하려는 병사들을 뜯어말리고, 피난민의 시름을 달래기 위해 춤을 추기도 한다. 영화 초반에는 본인의 목숨을 잃는걸 무서워하던 광해는 후반에 이르러 두려움을 견디라는 토우의 당부에 자신의 두려움은 함께하는 백성이 모두 죽는 것이라 말할 수 있게 된다. 왕이 되고 싶지 않으냐는 질문에 초반에는 하고 싶지 않다던 광해가 후반에는 자신의 백성이 되고 싶냐고 되묻기도 한다.

 

프린세스 메이커 말고 프린스 메이커. 평점은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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