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MOVIE TODAY] 49번째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2017) 본문

영화 FILM

[MOVIE TODAY] 49번째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2017)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7. 5. 26. 00:16

[MOVIE TODAY] 49번째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2017)

 

포스터도 예고편도 시놉시스도 <신세계>(2013)와 비슷한 느와르인줄 알았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불현 듯 예고편에서 꽤나 인상 깊었던 한재호(설경구)의 대사가 생각났다. “사람을 믿지 마. 상황을 믿어야지.” 그랬다. <곡성>(2016)에서처럼 이 영화도 이미 할 말을 다 한 영화였다.

 

전체적인 플롯은 <신세계>의 반복이다. 경찰 출신이 범죄 조직에 잠입한다. 내부에서 정보를 유출시키고 경찰과의 합작을 통해 범죄자를 잡는다. 그러나 범죄 조직에 잠입한 경찰은 이미 범죄자에 동화됐다.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온통 죽어가는 숨결로 가득한 영화. <불한당>도 똑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재호와 조현수(임시완)의 멜로다. 이 영화는, 느와르의 탈을 쓴 멜로 영화다.

 

그러나 멜로가 약하다. 한재호, 조현수, 천인숙(전혜진), 고병갑(김희원), 고병철(이경영) 등의 주요 인물들이 서로가 서로의 뒤통수를 치는 과정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정작 한재호와 조현수의 관계에는 크게 집중하지 못했다. 둘의 관계가 파멸로 치닫는 걸 보면서, 한재호가 조현수를 끔찍이도 생각했던 이유가 단지 버려진 놈들이라는 이유 때문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사랑에는 특별한 계기가 필요하지 않다지만, 서로가 진실을 알고 있는 마당에서(가장 큰 진실은 막바지에 밝혀지지만) 서로 적대하는 진영의 인물들끼리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게 가당키나 한가. 조현수를 생각하는 한재호의 마음은 아무리 생각해도 개연성이 부족하다. 어떻게 거대한 마약 조직의 실세가 되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조현수의 잠입수사는 경찰 측을 제외한 모든 인물들에게 낙관적으로 흘러간다. 통수에 통수를 쳐가는 과정이 관객 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상황에서 이런 전개는 마치 <유주얼 서스펙트>(1996)가 시작하기 전에 절름발이가 범인이야!”라는 자막이 뜨는 것 같다. 느와르라는 장르에 갇혀 서사도 개연성도 다 내버린 채 알 수 없는 감정만 소용돌이친다.

 

유일한 장점은, 임시완이라는 배우의 예측할 수 없는 가능성. 평점은 4/1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