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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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번째 영화, 미녀와 야수 (2017)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7. 3. 21. 11:18

27번째 영화, 미녀와 야수 (2017)

 

디즈니 원작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1991)의 실사 영화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 <말레피센트>(2014), <신데렐라>(2015), <정글북>(2016), <거울 나라의 앨리스>(2016)에 이은 애니메이션 실사이다. 애니메이션 계열에서 그 입지를 확고히 다진 월트 디즈니 컴퍼니가 마블 스튜디오를 인수한 뒤에도 영화 시장의 지배를 강렬히 원한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미녀와 야수>에서도 디즈니가 지금까지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힘을 십분 활용하여 역시 디즈니를 연발하게 한다.

 

<정글북>이 이슈가 됐던 건 모글리 역을 맡은 닐 세티를 제외한 모든 것이 CG라는 점 때문이었다. <미녀와 야수>는 예고편부터 상당한 주목을 받았는데, 바로 1991년에 개봉한 애니메이션과 매우 유사한 연출을 보였다는 점과, 조쉬 개드가 연기한 르푸라는 캐릭터가 동성애자 캐릭터라는 점 때문이다. <미녀와 야수>에서도 디즈니의 CG 기술은 엄청난 존재감을 발휘하는데, 바로 르미에를 포함한 성의 시종들을 활용하는 장면에서다. 특히 ‘Be Our Guest’ 씬은 이 영화의 기술적인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야수의 표정이나 털의 질감 또한 충분히 사실적으로 묘사됐다.

 

전체적으로 1991년 작의 실사 리메이크다보니 올드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요소들이 많았다. ‘Belle’, ‘Be Out Guest’, ‘Beauty And the Beast’, ‘Gaston’ 등의 노래들부터 유리 커버 안에 들어있는 장미 한 송이, 벨과 야수가 춤을 추는 장면까지 그때 그 영화를 떠올리는데 어느 하나 부족한 것이 없다. 그러나 이것은 영화의 장점이지만 동시에 영화의 한계가 될 수 있다. 본디 원작이 워낙에 명작이기 때문에 실사 영화가 그것을 뛰어넘기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신데렐라><말레피센트>의 경우에도 혹평을 면치 못했다. <정글북>에서부터 실사 리메이크의 방향을 잡은 것 같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 관객으로 하여금 감탄하게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감성을 되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필자 또한 원작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를 모두 봤지만 실사 영화가 원작 애니메이션 이상의 감성을 보여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다.

 

또한 매 씬들을 촬영함에 있어서 다양한 구도를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특히 처음 벨이 성에 갇혔을 때 익스트림 로우 앵글과 줌 아웃으로 탑에 고립된 벨을 강조하는 부분이나,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떠나가는 벨을 바라보는 야수의 모습을 하이 앵글로 잡아내는 부분은 무릎을 탁 치게 한다. 물론 애니메이션으로 그 장면을 연출할 수 있지만 실사 그래픽으로만 담아낼 수 있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벨이라는 캐릭터를 해석하는데 있어 주체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다. 페미니스트 엠마 왓슨의 이미지가 가스톤을 거부하는 벨의 이미지에 덧입혀져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모아나> 또는 <뮬란>에서 묘사되는 여성의 모습과 비교하면 벨은 절대 진취적인 여성이 아니다. 그저 왕자님과의 로맨스를 꿈꾸는 시골 처녀일 뿐이다. 영화 속 페미니즘 담론은 언제든지 환영이지만, 지나치게 과장하는 해석은 영화 자체를 망칠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기술은 진보했지만 감성은 아직. 평점은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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