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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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번째 영화, 케빈에 대하여 (2012)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7. 3. 9. 17:26

26번째 영화, 케빈에 대하여 (2012)

 

강의시간에 가족애를 다루면서 교수님께서 보여주신 영화다. 개봉 당시 군복무 중이어서 보지 못한 영화이기도 하고, 기억에 남아있는 제목도 아니어서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린 램지 감독은 사실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이 아니다. 그러나, <케빈에 대하여>에서 보여준 그의 연출력은 결코 가볍게 넘어갈 것이 아니다.

 

첫 시퀀스부터 인상적이다. 온통 붉은 색으로 뒤덮인 토마토 축제에서 즐거워하는 에바(틸다 스윈튼)를 버즈 아이 뷰로 조명하면서 동시에 긴박하고 무서운 대사를 오버랩시킨다. 앞으로 영화에서 이야기할 것들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감독은 영화 전반에 걸쳐 붉은 색을 강조한다.

 

붉은 색은 사랑, 열정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피를 의미한다. 감독은 토마토, 딸기잼, 페인트 등을 통해 계속해서 관객에게 붉은 색을 노출시키는데, 이는 케빈(에즈라 밀러)의 상태 혹은 그의 행위를 암시하고 연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첫 시퀀스 외에 인상적인 장면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자유로운 영혼인 에바가 '정착'하면서 마음 붙일 곳을 만들기 위해 본인의 방을 꾸미는 부분이었다. 끊임없이 자유를 갈망하는 에바에게 그간 여행한 흔적들로 뒤덮인 방은 그녀가 자유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으리라. 그러나 케빈이 에바의 방을 자신의 색으로 뒤덮는 것을 목격한 그녀는 케빈의 페인트 건을 빼앗아 파괴한다. 역시, 붉은 색이 강조된다.

 

또다른 장면은 붉은 페인트를 지워내는 장면이었다. 영화 내내 에바는 과거 회상과 더불어 집의 페인트를 지워내는데, 흰 집에 뒤덮인 붉은 페인트는 에바의 삶에 케빈이 남긴 상처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붉은 색 페인트는 쉽게 지워지지도 않고, 한참을 닦아내다가 손을 씻을 때도 씻겨지지 않는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케빈이 저지른 일로 인해 손가락질 당하고 심지어 길을 가다가 얻어맞기까지 하는 혼자 남겨진 에바의 삶이다.

 

마지막 장면은 에바가 케빈을 끌어안는 장면이다. 어린 시절부터 케빈이 보여줬던 이해할 수 없는 모습들, 결정적으로 케빈이 저지른 일들은 일반적으로 용인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바는 케빈을 안아준다. 어미로서 그 책임을 같이 나누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며 동시에 케빈의 실망스러운 모습에도 여전히 자신은 케빈을 사랑한다는 비언어적 행위이다.

 

각본과 더불어 모든 시퀀스들을 담아내는 카메라 워크도 인상적이다. 시종 에바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롱 쇼트, 풀 쇼트, 익스트림 클로즈업 쇼트를 통해 에바의 심리상태를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앵글 또한 일반적으로 드라마 장르에서 아이 레벨 쇼트를 이용하는 것에 비해 로우 앵글과 사각 앵글을 아주 매력적으로 사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점은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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