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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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번째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 (2017)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7. 2. 16. 00:49


 

작년에 개봉했던 <데몰리션>(2016)과 비슷한 종류의 드라마다. 보스턴에서 아파트 관리인으로 일하는 리(케이시 에플렉)는 형 조(카일 챈들러)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맨체스터(영국 아님)로 돌아온다. 그러나 리가 도착했을 때 조는 이미 죽어있었고, 조카 패트릭(루카스 헤지스)를 떠안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필자는 드라마 장르를 좋아한다. 그것이 사실적일수록 더. ‘글루미 에플렉으로 유명한 벤 에플렉의 동생인 케이시 에플렉은 영화 내내 우울한 리를 훌륭하게 연기해낸다. 표정에서부터 자세, 행동, 말 하나하나까지 우울하다. 그런데 리는 서투르다. 감정을 받아들이는데 서투르고, 감정을 드러내는데 서투르다.

 

영화는 리의 현재의 이야기 중심으로 흘러가되 그 사이에 과거의 이야기들을 보여준다. 현재의 리가 보여주는 그 모습들의 원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런 구성이 주는 효과는 대단하다. 사랑하는 형을 잃은 상실감과 조카 패트릭의 후견인이라는 부담이 리를 억누르는 상황에서 과거의 극적인 해프닝이 끼어드니 영화의 전체적인 드라마가 마치 옆집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큼의 현실감을 가진다.

 

리와 패트릭의 관계 변화 또한 인상적이다. 대인관계에 서투른 리가 패트릭을 이해하고 패트릭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또한 자신의 과거를 딛고 일어서는 모습이 상실감을 이겨내는 우리네 현실을 보는 것 같아 가엾으면서도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결국 <데몰리션>에서 데이비스(제이크 질렌할)가 아내를 잃은 상실감을 이겨내는 모습과 유사하다. 가장 큰 공통점은 그 둘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유형의 사람들이기에 이 드라마가 더욱 큰 울림을 갖는 게 아닐까.

 

더불어 편집하는 방식이나 스크린에 담긴 영상들이 과연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남우조연상 등 6개 분야에 노미네이트 될 가치가 있는 작품이었다. 분명 액션 장르처럼 눈이 즐겁다거나 이야기가 시원시원하게 진행되는 영화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드는 힘은 스크린 속의 리처럼 상실을 겪는 우리들의 마음속에 있다.

 

상실의 시대 속에서 우리가 놓지 않는 것들에 대한 눈부신 찬사. 평점은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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