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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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번째 영화, 23 아이덴티티 (2017)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7. 2. 22. 12:36

19번째 영화, 23 아이덴티티 (2017)

 

<식스센스>(1999)의 샤말란 감독과 제임스 맥어보이가 만났다. 할리우드에서 가진바 능력과 잠재력을 인정받는 두 사람이 만나 만들어진 이 영화는 그야말로 샤말란의 생각을 맥어보이가 그려내는 놀라운 조합이다. 그럼에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마음 한 구석이 석연치 않다.

 

원제는 <Split>, 한국 개봉명은 <23 아이덴티티>이다. 주인공 케빈(제임스 맥어보이)23개의 인격을 가진 해리성 정체 장애 환자다. 여기서 감독은 (학계에서 입증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인격들은 단순히 몸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다른 개인이며 같은 신체 안에서도 어떤 인격은 장애가 있지만 어떤 인격은 장애가 없다고 말한다. 케빈의 23개 인격 중에서 단 하나의 인격만 당뇨가 있는 것처럼. 분명히 발칙한 상상력이다. 남성의 인격, 여성의 인격, 환자, 학자, 어린 아이에 이르기까지 감독의 상상력을 맥어보이는 훌륭하게 소화해낸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해리성 정체 장애와 맥어보이의 뛰어난 연기 외에 이 영화에서 무엇을 봐야할까. 상황에 냉정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의미 없이 죽어가는 플레쳐 박사(베티 버클리)와 소녀들? 조카인 케이시(안야 테일러-조이)에게 욕정을 품은 삼촌 존(브래드 윌리엄 헨크)? 분명하게도 이 영화는 먹을 음식들은 많은데 앉을 자리가 없는 상황이다. 메인 요리가 익어가는 모습을 커튼 뒤에 숨어서 지켜봐야만 하는 느낌이랄까.

 

결과적으로 맥어보이의 다중 인격 연기를 위해(그것도 마지막 순간에!) 수많은 배우들과 시간들이 소모된다. 덧없이 스러져가는 영화를 보며, 사상누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겉보기에는 괜찮아보일지 몰라도 지지대가 탄탄하지 못해 무너지는. 결말도 황당하다. 삼촌에게 성폭행 등의 학대를 받아온 케이시가 아버지와의 기억을 통해 케빈의 인격에 대처하는 방법이라든지 결국 학대받은 기억을 이겨(?)낸다든지.

 

특히 가장 마지막 시퀀스에 브루스 윌리스가 등장하는데, ‘이라는 명찰을 달고 있는 브루스 윌리스는 샤말란 감독의 <언브레이커블>(2000)데이빗 던역으로 출연했었다. 해당 영화를 필자는 보지 않았지만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보다보니 박평식 평론가의 영악한 재고정리라는 표현에 십분 공감된다.

 

23개의 인격 사이에서 갈 곳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평점은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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