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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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FILM

106번째 영화, 판도라 (2016)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6. 12. 9. 20:21


 

최근 경주 지진으로부터 우리나라는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 영화 속 원전 사고의 트리거는 역시 지진이다. 하지만, 그 시작은 빨리빨리정신에 입각한 부실 공사와 온전하지 않은 관리 매뉴얼에 있다. 그리고 영화의 시작에서 현실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하지만, 이 영화는 온전히 우리가 살아내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이다.

 

감독이 영화를 통해 제시하는 것은 단지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우려만이 아니다. 지진으로 인해 원전이 폭발하고, 폭발사고에 대한 제대로 된 매뉴얼이 없고, 정부는 사실을 은폐하기에 급급하고, 언론을 압박하며, 최후의 최후에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한다. 이런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일개 소시민이다.

 

사실 이런 아이러니도 없다. 어떤 정의감에서 출발하는 것도 아니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보다 의미 있는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원전에 의해 아버지와 형을 잃은 말단 노동자의 선택지에 있는 것은 <반지의 제왕>만큼이나 판타지에 가깝다. 그러나 오히려 판타지이기에 문제의 심각성이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문제의 본질을 관통하는 일종의 통찰을 제시한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이후 대다수의 국가들은 탈핵, 즉 원자력 발전소의 폐쇄를 선택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4기의 원전을 계획 중에 있다. 극중 국무총리(이경영)의 말마따나, 나라의 경제가 어려워 그 경제를 성장시키는데 온 힘을 쏟는 것일까. 영화는 성장과 안전의 경계에 선 우리에게 명확하게 안전을 제시한다.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을 물려주고 싶은지, 안전한 세상을 물려주고 싶은지를 묻는 재혁(김남길)의 내레이션은 확실히 생각해볼 문제이다.

 

좋은 소재와 의미에도 불구하고 영화 자체의 완성도는 다소 떨어지는 편. 다른 재난영화와 크게 차별화되지 못한 것은 소재와 주제의 매력을 다소 감소시킨다. 원전 폭발에서 방사능 피폭으로 이어지는 재난 상황과 시스템의 부재, 안전이라는 주제의식에 집중하다보니 이야기 자체의 내러티브나 지속적인 긴장은 다소 부족하다. 통제할 수 없는 재난 앞에 무력한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애초에 원전에 미련이 없는 주인공 재혁이 영웅이 되어가는 과정 자체가 심각한 비약이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속도감이나 확실하게 맺어주는 신파는 예상외의 수확.

 

스크린과 현실의 경계에 선, 대단히 개연성 있는 재난. 평점은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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