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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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번째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2016)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6. 12. 15. 00:19

107번째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2016)

 

시간이라는 소재를 활용한 로맨스다. 시간이라는 소재를 활용한 영화는 많다. 대표적으로 <백 투더 퓨처>시리즈나 <터미네이터>시리즈라든지, 최근에 개봉했던 <어바웃 타임>이라든지. 그런데 그런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이 영화는 굉장히 허술하고 완성도가 낮게 다가온다. 허술하게 이야기가 전개 되다보니 감정의 전달이 쉽지 않고, 결국 이야기 전체의 감동이 반감된다.

 

30년 후의 수현(김윤석)은 의사다. 캄보디아에서의 의료봉사 중 한 아이를 도와주고 할아버지로부터 이상한 알약을 선물 받는다. 그리고 그 알약을 통해 3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 영화의 포인트다. 전체적인 설정은 기존에 존재하던 다른 영화들과 비슷하다. 과거의 선택이 현재를 바꿀 수 있는 식이다. 이야기가 절정으로 흐르면서 그러한 장면들이 자주 나타난다.

 

30년 후의 수현은 알약을 먹고 과거로 돌아가 30년 전의 수현(변요한)을 만난다. 그러다가 30년 전의 수현은 미래에 여자친구 연아(채서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고, 30년 후의 수현과 함께 연아를 구하려고 하는데 우선 미래의 수현과 과거의 수현이 만나서 교감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인스턴트하다. 미래에서 과거로 돌아가는 방식이나, 과거에서 미래에 연락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즉흥적이고 쉽다보니 간절함의 전달이 잘 되지 않는다.

 

그리고 미래의 수현은 과거의 연아를 30년 만에 보게 된다. 30년 전에 죽은 연인을 보게 된다면 그 감정은 어떨까? 아직 서른을 살지 않은 나는 그 감정을 짐작할 수는 없지만, 절대 영화에서 표현되는 정도에 그치지는 않을 것 같다. 채서진을 바라보는 김윤석의 감동, 감격, 슬픔, 30년의 사랑이 스크린 밖에서는 도저히 캐치할 수 없는 스크린 속 그 무언가에 그쳐버린다.

 

멜로의 핵심은 감정이다. 사랑이라는 위대한 감정에 대한 이야기이며 표정, 대사, 배경, 음악 여러 수단을 통해 그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감독의, 배우의 역할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 영화는 낙제점을 면하기 힘들어 보인다. 올해 초에 개봉했던 <캐롤>이라는 영화가 있다. 평점 9점을 준 작품인데, 이 영화에서 내가 감동을 느낀 포인트는 케이트 블란쳇의 사랑 연기. 루니 마라를 사랑하는 케이트 블란쳇의 불타오르는 감정이 단지 표정과 눈빛만으로도 전달이 되었다.

 

그런데 이 영화에는 그런 것이 없다. 특히나 김윤석이라는 배우에게 실망스러운 작품이었는데, <검은 사제들>, <타짜>, <도둑들>, <완득이>, <황해>, <화이>, <극비수사>, <거북이 달린다>, <추격자>, <즐거운 인생> 등 선 굵은 그의 필모그래피와 캐릭터를 고려했을 때 특별히 나아진 배우로서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캐릭터도 약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적어도 <타짜>의 아귀를 연기했던 그 김윤석이라면, 눈빛만으로 30년의 세월을 품어 줘야하지 않나 하는 마음이다.

 

결국 이 영화의 일그러진 완성도는 원작 소설이 있음에도 30년의 세월을 끌어안지 못하는 감독의 역량에 있지 않나 싶다. 연출을 맡은 홍지영 감독은 초짜가 아님에도(그녀의 성적은 고려하지 않더라도) 이 정도밖에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 꽤나 실망스럽다. 포인트를 잡아내지 못하는 감독은 30년이라는 세월을 품어야하는 김윤석이라는 배우의 능력을 끌어낼 수 없었고, 결과적으로 중심이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덕분에 이 영화를 통해 가장 빛을 발하는 배우는 수현의 친구 태호 역을 맡은 안세하와 김상호다. 흔들리는 김윤석과 미숙한 변요한, 채서진의 감정선이 엉킬 때마다 풀어주고 끊길 때마다 이어주는 두 배우의 현란한 개인기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시점에서 적정선을 잡아준다. 김상호야 이전부터 노련미가 매력적인 배우이고 잘 알려진 명품조연이지만 안세하는 새로운 발견이었다. 그리고 의외이며 동시에 뻔한, 채서진이라는 배우의 매력을 잘 살려냈다는 점은 플러스 요인. 그러나 전체적으로 느슨한 이야기를 메꾸기에는 당랑거철이다.

 

차라리, 거기 없었다면. 평점은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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