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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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번째 영화, 덕혜옹주 The Last Princess, 2016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6. 8. 6. 22:50



동명 소설을 영화로 각색했다. 소설을 읽지 않아서 덕혜옹주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로 영화를 봤다. 짠했다. 일제의 압제 하에 힘없이 당해야만 했던 우리네 모습을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라는 상징적인 인물로 드러낸다. 거기에 해방 이후 '대한민국 정부'의 정통성을 위해 입국을 금지하는 것까지, 덕혜옹주의 수난은 끝이 없다.

아쉬운 요소가 많다. 우선 친일파의 악행을 한택수(윤제문)만을 통해 드러내기에 극의 대립구도가 지나치게 명확해졌다. 이완용은 초반에만 살짝 나오고 끝나는 정도에 그친다. 그리고 급박한 상황에서 주저하다가 더 큰 위기에 봉착한다던지, 어어.. 설마.. 하는 순간마다 악당(한택수)가 나온다던지 하는 연출은 꽤나 구시대적이고 유치하다.

가장 거슬리는 부분은 젊은 배우들의 노인 분장. 주름은 그려낼 수 있을지 몰라도 세월은 담아낼 수 없다. 인고의 세월을 거치면서 완성되는 노인 특유의 분위기는 최민식,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조지 클루니 등 진짜 시간을 겪어낸 사람들만이 가진 선물이고 재능이다. 조악한 분장은 영화의 몰입도를 깎아내는 역할만 할 뿐이다.

그럼에도 덕혜옹주(손예진)은 빛이 난다. <비밀은 없다>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손예진은 마치 이병헌 처럼, 어느 역할에서나 '손예진'이 아닌 '캐릭터'를 보여준다. <덕혜옹주>에서도 마찬가지로 손예진은 연기를 하지 않고 덕혜옹주로 살아냈다. 적어도 2시간 동안은 배우가 아니라 황녀이다.

박해일을 비롯해 라미란, 정상훈, 박수영 등의 조연들도 극의 드라마를 한결 강하게 만들어준다. SNL로 인지도를 쌓은 정상훈의 예상치 못한 매력은 보너스. 김대명은 예상 외로 착한 역할이었고, 고수는 역시나 잘생겼다. 그리고 윤제문은 <부산행>의 김의성 만큼이나 악랄해서 실제로 만나면 왠지 기분이 나쁠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리고 박해일은,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내러티브를 훌륭하게 전달한다.

손예진, 손예진, 손예진. 평점은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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