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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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번째 영화, 터널 Tunnel, 2016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6. 8. 13. 18:01



'그날 무너진 것은 터널만이 아니었다'라는 카피 프레이즈로 호기심을 자아내는 영화 <터널>. 서울과 가상의 공간 하도 신도시를 잇는 터널이 무너지면서 그 안에 갇힌 정수(하정우)와 그를 구하려는 사람들, 그리고 여러 이익을 위한 인간 군상을 그려낸 영화다. 그리고 김성훈 감독의 통찰은 지나치게 현실적이어서 소름이 돋을 정도이다.

김성훈 감독은 크고 작은 안전사고에서 우리가 봐왔던 여러 모습들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사고 피해자, 피해자의 가족, 피해자를 구하려는 구조대, 특종을 잡으려는 기자, 국회의원, 구조작업 중 사망한 구조대원, 그 구조대원의 가족, 관련 이익사업이 중단되어 피해를 보고 있는 사업자까지.

정수의 아내 세현(배두나)은 사고 직후 구조작업이 진행되는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을 위한 식사 준비에 참여한다. 미안함과 감사한 마음, 그리고 빨리 정수가 구조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나오는 행동일 것이다.

대경(오달수)을 비롯한 구조대원들은 정수를 구하고자 하는 일념으로 구조작업에 착수한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여러 방해꾼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람들이 기자다. 특종을 쫓는 기자들은 사고 직후 정수의 번호를 알아내어 전화를 한다. 생방송으로 통화를 중계한다. 정수의 핸드폰 배터리는 신경도 안쓰고.

그리고 어김없이 나타나는 국민안전부? 장관(김해숙). 세현(배두나)를 끌어안고 위로보다는 사진 찍는데 여념이 없고, 헬기가 떠야하는데 장관님 오시니까 잠깐만 기다리라는 보좌관(박진우)의 말까지. 영화에는 정수의 생명을 담보로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려는 하이에나들로 가득하다.

부실공사를 관행으로 받아들이는 현장 관계자들의 인터뷰, 설계도와 전혀 다른 시공 상태, 설계도 원본을 전달받지 못한 시공사, 구조작업으로 인해 중단된 제2터널 공사를 재개해달라는 2터널 공사 관계자, '이제 그만하자'는 여론. 최근 몇 년간 많이 봐오던 모습이다. 다른 점은, 여론이 악화되자 다수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양보하는 세현의 모습 정도일까.

김성훈 감독은 영리하게도 음모론에 빠지지 않고 '재난은 시스템의 문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구조 메뉴얼이 가장 대표적인 예. 여타 한국 재난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안타까운 모습들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상업적인 재난영화를 만들어냈다.

<터널>은 하정우의, 하정우에 의한, 하정우를 위한 영화로 봐도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하정우의 무르익은 연기가 빛을 잘한다. 재난 속에서 피어나는 하정우의 1인 코미디는 뻔하고 묵직할 뻔했던 영화에 심폐소생술을 선사한다. 여유로운 그의 연기 덕분에 긴장의 완급조절이 훨씬 수월하다.

시스템에 의한 것은 무너지는데, 정작 시스템은 무너지지 않는 아이러니. 평점은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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