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79번째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 Suicide Squad, 2016 본문

영화 FILM

79번째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 Suicide Squad, 2016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6. 8. 6. 19:00



DC와 워너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 이어 DC Extended Universe를 향한 두 번째 영화. 아주 실망이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 내러티브, 캐릭터들의 매력, 배우들의 연기를 모두 떠나서 '시리즈물'이 갖춰야할 가장 기본적인 것을 갖추지 못했기에 실망이다. 그것은 바로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다.

앞서 언급했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까지만 해도 <맨 오브 스틸>의 슈퍼맨(헨리 카빌)의 절대적인 강함 앞에 한없이 무기력해지는 인간들, 그리고 인간을 대표해서 슈퍼맨에 맞서는 배트맨(벤 애플렉)이라는 소재로 마블과는 차별화되는 DC 특유의 다크함을 보여줬기에,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서 발판 역할은 충분히 수행하지 않았나 싶은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다르다. 첫 작품이 나와있는 상태에서 큰 그림을 그리는 또다른 퍼즐이기 때문에 이제는 더 짜임새있는 내러티브를 장착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슈퍼맨에 대한 언급, 배트맨의 짧은 등장, 플래시(에즈라 밀러)의 짧은 등장이 있었지만 이 악당들이 DC의 세계관에 어떻게 녹아들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다.

DC 익스텐디드 유니버스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마블의 경우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아직 크랭크인에 들어가지 않은 작품들까지 큰 그림을 그리면서 히어로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하나씩 풀어왔다. 어벤저스가 갑자기 튀어나와도 전혀 놀랍지 않았으며,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비전이 나옴으로써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타노스의 존재에 대해 어떠한 의문도 생기지 않았다. 시리즈를 통해 인물들에 대한 설득력을 차곡차곡 쌓아온 것이다.

하지만 DC의 경우는 다르다. <맨 오브 스틸> 이후, 히어로물의 거의 모든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마블에게 위협을 느꼈는지 계속해서 무리수를 두고 있다. 설계되지 않은 시리즈, 준비되지 않은 이야기로는 슈퍼맨, 배트맨, 조커(자레드 레토), 할리퀸(마고 로비), 데드샷(윌 스미스) 등 매력적인 캐릭터와 매력적인 배우들을 들이밀어도 관객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뿐만 아니라 거부감까지 생길 뿐이다.

스토리도 어처구니가 없다. '악당들만이 해결할 수 있는 임무'라면서, 사실 배트맨만 있어도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을 뿐더러 뜬금없는 조커의 난입, 인챈트리스의 배신은 어떠한 설득력도, 다이나믹도 없다. 마블의 어벤저스도 지들끼리 싸우는데 악당들이 서로 싸우지도 않고, 게다가 엘 디아블로나 킬러크록도 어떻게 못했던 일들을 미군의 폭탄이 해결? 역시 천조국의 군사력은..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빌런들이 또다른 빌런에 맞서 싸운다는 것보다, 왜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지, 그들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지에 집중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이렇다할 설득력이 없고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도 않는다. 한 마디로 현재 DC는 총체적 난국에 빠져있는 셈이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이름 그대로 DC를 대표해서 자살을 하는 영화다. DC는 이제 설 곳이 없다. 다음이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이미 DC 익스텐디드 유니버스에 실망한 관객들, 팬들은 차고도 넘친다. 사람들이 DC에 기대하는 것은 마블과는 확연히 다른 '다크함'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같은 짜임새 있는 큰 그림이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살아남은 캐릭터는 조커와 할리퀸, 데드샷 정도다. 이들은 고담시를 주 무대로 활동하기 때문에 배트맨과 어떠한 구도를 그려낼지 그나마 기대가 되는 캐릭터들이다. 제발, 다음부터는 충분한 시나리오 작업을 통해 마블의 대항마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으면 한다.

하나도 익지 않은 요리는 그저 거북할 따름. 평점은 3/10.

#영화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