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76번째 영화, 부산행 TRAIN TO BUSAN, 2016 본문
호불호가 꽤나 갈리는 영화다. 충무로에서 그간 제대로 다뤄진 적이 없는 좀비가 그 소재이기에 더욱 그렇다. 나는 '좀비물'하면 <새벽의 저주>나 <28주 후> 같은 작품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만큼 압도적이고 위협적인 좀비들 앞에서 무력한 먹잇감으로 전락한 인간의 모습이 꽤나 이질적이라서 그런 것일까.
영화는 얼핏 징글징글한 좀비들과 맞서는 압도적 무력의 '진 동석 무쌍'을 보는 기분이 든다. 주먹을 휘두르고 목을 꺾고 저 멀리 던져버리는 마동석의 전투력은 프리저도 당황할만한 전투력을 보여 준다(호오.. 전투력이 계속 올라가는군요?). 하지만 이 영화, <부산행>은 분명하고도 확실하게 '인간성'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다.
먼저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석우(공유), 수안(김수안), 상화(마동석), 성경(정유미), 용석(김의성), 영국(최우식), 진희(안소희) 등 등장인물들은 '부산행' KTX를 타고 있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던져준 '좀비'라는 실마리는 열차의 출발과 함께 수면 위로 함빡 모습을 드러낸다. 최초 감염자(심은경)가 열차에 탑승하면서 이내 열차는 혼란의 도가니에 빠진다.
사람들은 희망과 절망 사이 그 어딘가에서 헤메고 있다. 가족들의 생사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절망감 속에서도 '대전은 안전하다' '부산은 확실히 안전하다!' 같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는 사람들과 절망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군상은 어떤 상황에 놓인 우리네 모습을 그대로 투영한다.
그리고 등장인물 중 희망을 상징하는 인물이 두 명 있다. 바로 수안(김수안)과 성경(정유미)다. 각각 어린이와 임산부로서 그 상징적인 의미 뿐만 아니라 살아서 부산에 도착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열린 결말이기는 하지만 '생존자'라는 점, 좀비로 인해 쑥대밭이 된 세상에서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 '미래'라는 점에서 감독은 '각박한 세상 속에서 희망을 놓지 말자'는 메세지를 던지려는 것이 아니었을까.
나는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게 본 부분이 '인간성의 회복'이었다. 극 중 가장 대조적인 인물 둘을 뽑으라면 주저없이 석우(공유)와 용석(김의성)을 뽑겠다. 용석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비인간적인' 평면적인 인물인 반면 석우는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이었다가 '인간적인' 사람으로 변하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그리고 이 대비는 '좀비'라는 재난 상황에서 더욱 부각된다.
영화의 초반에서 김대리에게 '너는 일 할 때 개미들까지 생각하고 하냐?'라고 윽박지르던 석우, 수안에게 '이럴 때는 자리 양보하지 않아도 된다'고 타이르던 석우, 격리될거라는 민대위에게 '나랑 우리 딸만 따로 빼달라'던 석우는 위기를 헤쳐나가면서 남을 위하는 법을 알게 되고 희생하는 법도 알게 된다. 김대리에게 전화로 '네 잘못 아냐'라고 위로하는 모습이나 극의 후반 시퀀스인 '분유광고(관람객만 이해하는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
추가적으로 부산에서 경계를 서던 군인이 생존자가 보이자 상부에 보고를 하는데, '사살하라'는 명령에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노랫소리에 손을 떼는 장면이 있다. 앞뒤를 분간할 수 없는 진흙탕같은 혼란 속에 인간이고자 하는 마음을 놓지 않았기에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결국 감독은 '사람이 희망이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몰아치는 좀비 속에 한 가닥 희망. 평점은 8/10.
덧) 마지막에 수안이 부르던 노래는 'Aloha oe'라는 곡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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