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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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번째 영화, 사냥 The Hunt, 2016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6. 7. 3. 18:58



제목이 이 영화의 전부다. 무진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인간 사냥. 이우철 감독의 세 번째 연출작이다. 감독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할매(예수정)이 발견한 금맥을 동근(조진웅)이 동료들에게 알리고, 동근의 쌍둥이 동생 명근(조진웅)이 엽사들을 데리고 산을 오르는데 그들을 막는 할매를 죽이고 그 장면을 문 반장(안성기)가 목격한다. 게다가 할매의 손녀 양순(한예리)마저 엽사들에게 쫓기게 되는게 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명근의 무리는 문 반장과 양순을 '사냥'한다. 이 과정은 인간성의 상실을 의미한다. 이를 가장 잘 반영하는 인물이 세인(권율)이다. 초반부에는 그저 구두가 더러워지는게 싫은 샌님에 불과했던 그는 서사가 진행됨에 따라 죽은 동료의 신발을 주워신고, 총을 들기만 해도 벌벌 떨던 그가 나중에는 총을 아무 거리낌없이 쏜다.

네이버 웹툰 중에 <하이브>라는 작품이 있는데, 그 만화의 별명이 바로 '할아브'이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그 별명이 자꾸만 떠올랐다. <테이큰>시리즈 급으로 이 영화는 안성기의, 안성기에 의한, 안성기를 위한 서사를 풀어낸다.

특히 조진웅이 1인 2역을 맡기는 했지만 형제간에 차이가 분장 밖에 없어서 무의미하게 낭비된다는 느낌이 강했다. 작년 말에 개봉한 <레전드>의 톰 하디에 비하면 절로 고개를 젓게 된다.

이 영화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바로 한예리의 연기이다. 사실 나는 한예리라는 배우를 잘 몰랐다. 그간의 필모그래피에서 나한테 인상적으로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사냥>에서 양순 역의 한예리는 정말 놀라움 그 자체였다. 안성기, 조진웅이라는 어마어마한 배우들 사이에서 전혀 압도되지 않고 본인의 존재감을 뽐낸다. 어린 배우에게, 특히 선 굵은 배역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에서 여배우에게 이는 절대 쉽지 않은 것이다.

외에 또 안타까운 점은 장르의 매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추격 스릴러는 단언컨대 가장 매력적인 장르 중 하나이다.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는 한국적인 추격 스릴러로서 그 매력을 여실히 보여주는데 비해 <사냥>은 거대하게 시작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거쳐 흐지부지 끝난다. 한숨만 나온다. 어설픈 드라마적 요소와 형편없는 서스펜스 또한 영화의 '노잼'에 큰 기여를 한다.

여름의 시작에 걸맞는 시원하다못해 싸늘한 졸작. 평점은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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