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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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번째 영화, 엑스맨: 아포칼립스 X-Men: Apocalypse, 2016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6. 5. 26. 23:40



엑스맨 시리즈의 8번째 작품이자, 브라이언 싱어로서는 3번째로 메가폰을 잡는 엑스맨: 아포칼립스. 개봉하자마자 수많은 사람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하지만 기대 이하였다. 아니, 퍼스트 클래스로 시작된 엑스맨 프리퀄 시리즈 중에서도, 브라이언 싱어가 연출한 엑스맨 시리즈 중에서도 단연 최악이라고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영상미와 배우들의 연기, 특수효과등은 딱히 흠잡을 데가 없었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할 때는 '오오..' 했었으니까.

문제는 원작의 설정을 무너뜨렸다는데 있다. 자신이 만든 엑스맨의 세계관을 변질시킨 다른 감독들에 대한 반항이었을지, 아니면 일부러 무시한건지는 모르겠다.

예컨대 '엑스맨 2: 엑스투'에서 나이트 크롤러 커트 와그너(알란 커밍)와 스톰 오로로 먼로(할리 베리)는 처음 만난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이전의 시간에서 나이트 크롤러(코디 스밋 맥피)는 스톰(알렉산드라 쉽)과 적으로 만난다.

엑스맨은 분명 시리즈 물이다. 시리즈물은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며 같은 세계관의 시간의 흐름을 따라 서사가 진행되는 데에 그 가치가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다 솔로 무비를 만드는게 낫다. 그럼에도 브라이언 싱어는 기존 패트릭 스튜어트가 나오던 엑스맨 시리즈와도, 제임스 맥어보이가 나오는 엑스맨 시리즈와도 연결되지 않는 설정을 '굳이' 사용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빌런의 설정에 있다. 엑스맨이 미국 사회에서, 그리고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부딪혀 이겨낸다는 것이다. 애초에 뮤턴트라는 존재는 소수자니까(프로페서 x는 심지어 장애인이다!)

그런데 아포칼립스라는 아주 단순명료하고 직선적이며 단면적인 빌런의 존재는, 엑스맨이 사랑받아온 이유를 외면하게 한다. 특히 브라이언 싱어의 전작인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라는 역대급 명작과 비교해보면 이건 망작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편견과 차별이 아닌 단순한 절대 악에 사랑과 우정으로 맞서는 꼴이라니. 이런 신파극을 엑스맨에 기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포칼립스(오스카 아이작)는 첫번째 뮤턴트로 엑스맨 세계관에서도 가장 강력한 빌런이다. 엑스맨들에게 그렇게 쉽게 당할 캐릭터도 아니거니와, 아무리 진 그레이(소피 터너)가 '피닉스'라는 우주적 존재를 품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나치게 허망하게 쓰러졌다.

특히 '엑스맨 3: 최후의 전쟁'에서 울버린(휴 잭맨)이 피닉스로 각성한 진 그레이(팜케 얀센)의 공격을 힐링 팩터로 무시하면서 죽였던 것을 생각한다면 똑같이 힐링 팩터를 소유한 아포칼립스는 너무 허무하게 죽은 감이 있다.

전체적인 서사는 얼마전 개봉한 '배트맨 vs 슈퍼맨: 돈 오브 저스티스'와 마찬가지로 짧은 시간동안 너무 많은 것을 넣으려 했다는 인상을 준다.

그럼에도 역시나 기존 프리퀄 2편에서와 마찬가지로 마이클 패스벤더의 매그니토 에릭 랜셔는 빛이 났다. 슬픔, 분노, 상실감, 두려움, 그리고 씁쓸함을 넘나드는 그의 감정연기는 능숙한 완급조절을 보여준다.

분명 좋은 점도 많은 영화다. 특히 영화 엑스맨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브라이언 싱어의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시작한 그에게 이야기의 마무리를 맞긴 것은 탁월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다.

퀵 실버 피에트로 막시모프(에반 피터스)의 경쾌한 액션이나, 웅장함을 강조하는 카메라 워킹, 진 그레이와 사이클롭스 스콧 서머스(타이 쉐리던)의 풋풋함 등은 브라이언 싱어의 선물이다.

영화 엑스맨 시리즈의 시작이자 끝인 브라이언 싱어의 시리즈에 대한 애정이 돋보인 영화. 평점은 7/10.

덧) 오랜만에 보는 울버린이 반갑다.

덧2) 엔딩크레딧이 전부 올라가면 그제서야 쿠키 영상이 있다. 향후 시리즈 제작 일정을 몰라 어떻게 작용할지는 두고봐야겠지만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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