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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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번째 영화, 핵소 고지 (2017)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7. 2. 22. 18:27

22번째 영화, 핵소 고지 (2017)

 

신념을 가진 사람은 얼마나 위대한가. 안식교도인 데스몬드 도스(앤드류 가필드)는 전쟁으로부터 조국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양심적 병역 거부자임에도 총을 들지 않아도 되는 의무병으로 자원입대한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총을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료와 상관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데스몬드는 그의 신념에 철저하게 도전받는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2차 대전 당시 일본의 핵소 고지에서 오키나와를 얻느냐, 잃느냐를 두고 치열한 전투가 있었다. 실존 인물인 데스몬드 토마스 도스는 핵소 고지에서 무기 없이 홀로 75명의 부상병을 구해낸 영웅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영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평범한 한 사람이 어떻게 세상으로부터 그의 신념을 지켜내느냐에 대한 영화다.

 

사람들은 제각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기준이 있다. 이를 보통은 신념이라고 부른다. 영화 속 데스몬드처럼 누군가에게는 폭력을 행하지 않는 것이 신념이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당한 만큼 돌려주는 것이 신념이 될 수 있다. 필자에게도 필자만의 신념이 있다. 돈과 명예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현대의 우리들에게 그래서 이 영화는 더욱 의미가 있다.

 

필자도, 필자 주변의 많은 사람들도 돈 앞에서 많은 것을 포기한다. 심지어는 본인이 정말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도,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내려놓는다. 그리고 늘 스스로의 죄책감에 고통 받는다. 필자는 한 번뿐인 인생, 즐겁게 살자는 신념이 있다. 그러나 생활고 앞에서 포기해야하는 것들이 많았다. 오늘 밥 한 끼를 먹기 위해 오늘의 즐거움을 포기해야 했으며, 내일 밥 한 끼를 위해 내일의 즐거움을 포기해야 했다. 그리고 그 삶은, 비록 경제적으로는 한 몸 건사할 정도가 되었을지는 몰라도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필자는 전공을 택하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말이 그거 전공해서 뭐로 먹고 살래?’였다. 그러게요. 전혀 그런 것은 생각하지 않았는데. 다만 고등학교 때 지금 전공을 재미있게 공부했기에 더 공부하고 싶어서, 재미있을 것 같아서 선택한 것뿐인데. 나의 신념을 따라 살아도 주변의 눈치를 봐야 하고, 주변의 눈치를 봐서 신념을 포기하면 그 후회가 의식을 좀먹어 들어간다.

 

<핵소 고지>는 절대 전쟁이나, 전쟁 영웅에 대한 영화가 아니다. 피가 쏟아지고 살점이 튀는 참혹한 전장에서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 본인의 신념을 관철시켜 나가는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네 삶도 보기에 따라 하나의 전장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삶이라는 전투를 해나가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의 신념을 포기하라는 강요를 받는다. 그것은 어리석은 자존심이라며. 하지만 그 신념에는 내가 있다. 내가 믿는 것이 바로 나 자신이다. 절대, 포기하면 안 되는 무언가가 우리에게는 있다.

 

그의 싸움은 핵소 고지에 있지 않았다. 평점은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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