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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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FILM

12번째 영화, 조작된 도시 (2017)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7. 2. 9. 21:19


 

국내 장편영화로는 <웰컴 투 동막골>(2005) 이후 상당히 오랜만에 나온 박광현 감독의 작품이다. 개봉 전 여러 언론의 찬사가 있었기에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봤으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은 이번에도 변함없는 진리였다.

 

게임 컨셉의 영화는 제라드 버틀러 주연의 <게이머>(2009),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써로게이트>(2009) 등이 있었다. <게이머>는 주인공이 실제 게임 속 캐릭터가 되는 내용이었고 <써로게이트>는 아바타가 일상적 요소가 된 세상의 이야기였다. <조작된 도시>는 그러한 설정에서는 궤를 달리 하나 현실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게임처럼 느껴지게 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영화는 누군가 사건을 설계한다는 흔한 음모론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흔히 연예계 가십이나 여파가 큰 사건이 터졌을 때 정치권에서 무언가를 덮기 위해 그런 사건들이 언론에 보도된다는 음모론을 이야기한다. 얼마 전에 개봉한 <더 킹>의 경우에도 검찰에 의해 사회적 여파가 큰 사건들이 적절한 타이밍에 세상에 공개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때문에, 이 영화는 게임이라는 상상력에서 출발함에도 저속한 음모론에 그치게 된다.

 

영화의 아주 초반에, 주인공 권유(지창욱)는 특수부대와도 같은 액션을 선보인다. 이 부분에서 관객에게는 영화 속 사건 = 게임이라는 공식이 각인되며 이후에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이 마치 게임의 일부분처럼 보이게 된다. 이런 연출은 결과적으로 영화에서 두 가지 역할을 한다. 하나는 사건이 현실로부터 유리되어 말도 안되는설정들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한다는 것, 또 하나는 권유와 그 일행을 게임 속 주인공으로 인식하게 해 그들의 행보가 마치 일종의 퀘스트처럼 느껴지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야기가 점점 고조될수록 영화 속 소품들의 등장과 액션의 수준은 현실의 그것을 벗어나게 되며 인물들의 설정과는 크게 벗어나는 결과물들을 보이게 된다. 그나마 개연성 있는 설정은 여울(심은경)이 해커라는 것 정도. 권유의 팀에는 해커 여울 말고도 건축과 교수, 영화 특수효과팀, 용산 전자상가 상인, 성인방송 BJ 등 해당 상황에 필요한 인물들만 존재한다. 이러한 사람들이 함께 게임으로 친해지며, 또 랜선 인맥을 위해 자신의 일상을 포기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할 뿐이다.

 

악당이 사건을 조작하는 것도 굉장히 허술하다. 조악한 트랩을 조악하게 풀어내면서 비어버리는 개연성을 감독은 특수효과와 유머로 메꾸려한다. 그러나 액션을 표방하는 영화가 액션을 충분히 살려내지 못하면서 특수효과에만 연연하다보니 어린 아이가 바닷가에 쌓아올린 모래성처럼 느껴질 뿐이다. 심은경의 살벌한 전라도 욕도, 안재홍의 어딘가 어설픈 모습도 배우 개인에게서 물리도록 소비되는 요소일 뿐이다.

 

이 영화의 개봉이 차라리 조작이었으면. 평점은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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