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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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번째 영화, 두 남자 (2016)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6. 11. 23. 12:30

102번째 영화, 두 남자 (2016)

 

살다보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일을 겪곤 한다. 누군가는 그러한 일을 꽤 자주 겪기도 한다. 내가 그랬다. 왜 시사회에 당첨이 된 건지, 그리고 하필 그 영화는 왜 이렇게 엉망인 건지 어디서부터 꼬여버린 건지 정말 알 수 없는 하루였다. 그리고 당연히, 이 영화는 올해 봤던 영화들(극장에서만 99번째 영화였다) 중에서 단연 최악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의 영화였다.

 

영화의 포스터는 누가 더 나쁜 놈인가. 만나지 말았어야 할 두 남자라는 카피로 제법 심각한 분위기가 연출될 것을 어필하고 있다. 아니다. ‘얼마나 나쁜 영화인가. 개봉되지 말았어야 할 영화로 카피를 바꿔야 한다. 아직 보지 않은 관객들을 위해서라도, 샤이니 팬들을 위해서라도 이 영화는 절대 개봉하지 말았어야 한다. 아니, 제작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먼저 스토리를 보자. 여기서부터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다. 영화를 보는데 방해가 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이 영화를 꼭 스포 없이 봐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맨 밑으로 건너뛰면 된다. 형석(마동석)은 잘나가는 가라오케 사장이었다. 친구의 꾐에 넘어가 투자를 했던 것이 사채 빚으로 돌아와 지금은 동네 작은 노래방에서 보도를 돌리는 한 가정의 가장이다. 진일(최민호)은 아버지를 잃고 아버지의 사망보험금 3억을 큰아버지가 독식하려하자 가출해 가출팸을 꾸렸다. 생계를 위해 도둑질 등의 불법을 저지른다. 두 사람 모두 각자 인생에서 최고의 암흑기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내용이 뚜렷하게 명시되는 게 아니라 극중 대사에서 관객들이 찾아내야 한다. 이 얼마나 불친절한 설정인가! 가출팸의 멤버이자 진일의 여자친구인 가영(다은)은 돈을 마련하기 위해 위장 성매매(미성년자와 모텔을 들어간 남성을 협박하는 방식. 영화에 자주 나온다)를 하려다 형석을 만난다. 형석은 가영에게 노래방에서 일할 생각이 없냐고 물어보고, 그 사이에 진일과 친구들이 들어온다.

 

혼란을 틈타 형석의 카드와 자동차를 훔친 진일의 일행은 여차저차하여 다시 형석에게 잡히고, 형석은 가영을 담보로 잡아 진일에게 2300만원을 갚으라 한다. 여기서 두 번째 문제가 발생한다. 처음에 가영을 직접 스카웃하려던 형석이, 막상 가영을 담보로 잡고서는 일을 제대로 시키지 않는다. 아니, 가영이 겪게 되는 불행한 상황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대체 왜? 빚을 갚기 위해, 가정을 지키기 위해 불법을 자행하는 형석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개연성이 없다.

 

그리고 조연으로 등장하지만 실제 비중은 주연급인 성훈(김재영)에 대한 설명도 심각하게 부족하다. 성훈과 진일은 과거에 어떤 인연이 있었다. 그 악연은 지금까지도 진일과 가영을 괴롭히는데, 이것에 대한 설명 또한 없다. 성훈이 어떤 사람인지, 진일과 가영과는 어떤 관계인지를 흘러가는 대사 속에서 관객들이 하나하나 직접 캐치해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스토리의 문제들을 차지하고 가장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는, 민호가 연기를 너무 못한다는 것이다. 전에 <봉이 김선달>(2016)을 보고 유승호와 시우민(아이돌 그룹 엑소)이 열심히 똥을 싸지르고 고창석은 열심히 뒤처리한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이 영화가 딱 그 꼴이다. 최민호(아이돌 그룹 샤이니)와 정다은(아이돌 그룹 2EYES)이 연기를 정말 못한다. 최민호가 잘하는 건 오직 달리기와 잘생김뿐이다. 정다은이 잘하는건 눈물 짜기, 예쁘기. 이 둘이 열심히 개판 5분 전의 상황을 만들어두면, 마동석과 김재영이 열심히 뒤처리를 한다.

 

본래 나는 평이 짠 편이지만(평균적으로 박평식 평론가보다 별점을 반 개 정도는 더 주는 것 같다) 그래도 각각의 영화에서 장점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이 영화의 장점은 마동석의 불꽃같은 애드리브와 김재영의 놀라운 연기력이다. , 이 영화를 용산역 C 영화관에서 시사회로 봤는데, 상영관 입장 전에 배우 박소담의 실물을 영접한 것까지, 굳이 장점을 찾자면 이렇게 세 가지뿐이다. 2016년 최악의 영화로 기억될 명작(다른 의미에서)이다.

 

절대로 개봉하지 말았어야 할 <두 남자>. 평점은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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