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99번째 영화, 무한대를 본 남자 (2016) 본문

영화 FILM

99번째 영화, 무한대를 본 남자 (2016)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6. 11. 5. 23:24



정말 보고 싶었던 영화다. 그래서 보려고 시간표를 보는데 가장 가까운 상영관에서는 11시 아니면 새벽 2시더라.. 그래서 조금 멀리까지 발품을 팔아 거의 대관하다시피 보고 왔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다소 실망스러웠다.

우선 <무한대를 본 남자>(이하 <무한대>)와 비슷한 영화로는 수학천재 앨런 튜링을 소재로 한 <이미테이션 게임>(2015)를 떠올릴 수 있다. 나는 <이미테이션 게임>을 재미있게 봤는데 결정적으로 <무한대>가 <이미테이션 게임>에 미치지 못하는 몇 가지 이유를 살펴보자.

먼저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다. <이미테이션 게임>에서 앨런 튜링(베네딕트 컴버배치)는 게이이다. 대놓고 드러나지는 않지만 암암리에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고, 이점이 그의 약점으로 작용하며 결국 이 부분을 튜링은 극복해낸다.

반면에 영국의 식민지 출신으로 유색인종인 라마누잔(데브 파텔)이 영국에서 겪는 차별은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는다. 군인들의 발에 채일 때도, 펠로우로 선출되지 못할 때도 그가 인도인이라서보다는 캠브리지의 정식 멤버가 아니라는 이유가 더 크게 비춰진다. 식민지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자신과 동등하거나 혹은 그 이상이라면 더 심한 차별을 겪었을텐데 말이다.

또다른 문제는 라마누잔의 계급에 대한 부분이다. 극 중에서 라마누잔의 엄마의 대사를 통해 라마누잔이 브라만 계급임을 알 수 있다. 브라만 계급은 인도의 카사트 제도의 최상층인데 브라만 계급이 겪어야하는 제약에 대한 이야기도 단순히 '바다를 건너면 안된다'는 식으로만 언급된다. 결과적으로 전쟁의 시기에 식민지에서 온 천재가 겪어야만 하는 여러 차별이나 제약에 대한 비중이 줄어들게 된다.

감독이 초점을 맞추게 되는 부분은 외로운 천재 라마누잔과 그를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 하디 교수(제레미 아이언스)의 관계이다. 그러나 라마누잔이 하디에게 마음을 열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내러티브가 약하다보니 라마누잔의 심경 변화에 대한 설명력이 부족하다.

하지만 제레미 아이언스는 명불허전이었다. 중요한 길목에는 항상 그가 있었는데 그의 노련한 연기는 뚝뚝 끊어지는 연출을 간신히 부여잡고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영국 영어와 회색 머리, 깊게 패인 주름, 그리고 담배의 조합은 그의 '뇌섹남' 설정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천재의 이야기를 다루기엔 한없이 부족한. 평점은 6/1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