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신과 함께: 죄와 벌>, 한국형 판타지라는 가능성. 본문

영화 FILM

<신과 함께: 죄와 벌>, 한국형 판타지라는 가능성.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7. 12. 24. 05:24

<신과 함께: 죄와 벌>, 한국형 판타지라는 가능성.




 

2017.12.23. 토요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글쎄, 우선은 김용화 감독의 능력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는 있는 것 같다. 느슨하게 짜여진 이야기와 한국 영화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신파는 주호민 원작 웹툰 신과 함께의 매력을 십분 살려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훌륭한 CG와 배우들의 열연마저 전형적인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지옥 판관들의 중국식 복장이라든지, 원리와 원칙을 지키지 않는 지옥, 설정된 금기들은 수도 없이 깨지는 등 조금만 뜯어보면 이 영화는 단점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신과 함께>의 가장 큰 단점은, 원작의 세계관과 주요 인물 몇 명만 차용한 전혀 다른 내용의 영화라는 거다.

 

만화, 소설, 게임 등을 원작으로 각색한 영화는 지금까지 수도 없이 많았다. 마블이나 DC의 영화들도 코믹스를 원작으로 하고 있고, <해리 포터> 시리즈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어쌔신크리드><워크래프트> 같은 영화들도 있다. 이런 영화들의 공통점을 꼽자면, 원작에 충실할수록 관객들에게 좋은 평을 받았다는 거다. 원작의 팬덤에 기대 만들어지는 영화기 때문에 원작 팬들의 평을 무시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신과 함께>는 원작의 세계관과 저승의 인물들, 그리고 김자홍이라는 이름만 차용했다. 원작 웹툰의 진짜 주인공인 진기한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원작과는 다른 방식으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이때 김자홍(차태현)이라는 인물을 설정하면서, 평범한 소시민인 원작과는 달리 정의로운 망자, 의인으로 만들어버린다. 원작에서는 김자홍이 크게 잘한 일도 없지만 크게 잘못한 일도 없는 인물이라 유죄를 무죄로 만드는 변호사 진기한의 능력이 컸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판관들(오달수, 임원희)이 어떻게든 유죄를 판결시키려 하지만 알고 보니 착한 일을 위한 떡밥이라는 설정을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사용한다. 때문에 재판에서 자홍의 변호를 맡은 강림(하정우), 해원맥(주지훈), 덕춘(김향기)의 역할이 크지 않다. 덕분에 영화는 법정물의 매력을 잃어버림과 동시에 이야기의 탄력을 잃어버린다. 어차피 통과할 거라는 생각이 관객들에게 있기 때문에. 이건, 원작을 읽은 관객의 입장.

 

감독의 입장은 또 다르다. 주호민 작가의 웹툰은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작품인 만큼 원작을 그대로 살린다 하더라도 감독에게는 그저 부담이었을 터다. 웹툰을 그대로 옮기자니 영화적 상상력이 전혀 없는 다큐멘터리가 될 테고, 원작을 각색하자니 원작 팬들의 비난이 쇄도할 테고. 감독은 결국 후자를 감수하기로 했다. 원작과의 비교를 불허하기 위해 원작과는 전혀 다른 영화로 만들었다. 원작에서 불교 모티브를 차용하고, 그 안의 세계는 오롯이 감독의 상상력으로 채워냈다.

 

영화의 관람 포인트는 두 개다. 하나는 한국 영화계에서 한계까지 뽑아낸 시각효과고, 다른 하나는 가족이다. 시각효과는 지금까지 필자가 봤던 어느 한국 영화보다도 뛰어나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디테일한 언급은 삼가도록 하겠다. 이 영화만큼은 할리우드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가족이라는 코드는 대부분의 한국 영화에서 사용하는 이데올로기다.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한 방법이라는 제목의 교과서가 있다면 어김없이 가족 코드에 대한 내용이 있을 터다. 평범하고 고전적인 이 클리셰는 김용화 감독의 전매특허이기도 하다. 김용화 감독은 자신의 데뷔작 <! 브라더스>(2003)를 비롯, <국가대표>(2009), <미스터 고>(2013)에서도 가족 코드를 사용했다. 그리고 어김없이 이번 작품에서도 가족 코드를 사용하는데, 구체적으로 꼽자면 어머니라는 이름의 치트키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면서 지루하다고 느낄 틈이 없는 이유는, 새로운 모양을 뒤집어썼기 때문이리라. 한국인 감독이 연출하고 한국인 배우들이 출연한 판타지에 내성이 없는 관객들은 익숙한 한국형 신파에 속수무책으로 넘어간다. 그럼으로써 <신과 함께>는 한국 영화가 나아가야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바로 새로운 형식이다. 김용화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매너리즘에 빠져 동어반복하기 급급한 충무로에 호되게 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세계 각 지역에는 다양한 신화와 전설들이 있다. 그리고 각 지역에서는 해당 신화와 전설을 모티브로 각색해 영화를 만든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신화의 일반론적 특징이 적용됐고, 그리스 신화를 모티브로 하는 영화는 수도 없이 많으며, <해리 포터> 시리즈는 켈트 신화를,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북유럽 신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한국은? 신화나 전설을 모티브로 하는 소설, 드라마는 있어도 영화는 없다. 적어도 잘 알려진 영화는 없다. , 한국 영화는 여전히 그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관객들의 수준이 높아지는 만큼 영화의 내실은 점점 다져지겠지만 외연만큼은 그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는데, 김용화 감독이 가능성을 제시한 거다.

 

분명 아쉬운 점이 많은 영화다. 절대로 잘 만든 영화라고는 말할 수 없다. 스토리와 연기, 연출과 특수효과가 각자 제멋대로 뛰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봐야만 하는 영화다.

 

같은 제목, 다른 영화. 평점은 6/1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