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그렇게 강물처럼 시간은 흐른다. 본문

영화 FILM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그렇게 강물처럼 시간은 흐른다.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7. 12. 20. 12:27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그렇게 강물처럼 시간은 흐른다.




 

2017.12.17. 일요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스타워즈> 시리즈의 8번째 에피소드다. 지난 2015년 개봉한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에서 이어진다. 시리즈에 대한 모든 평을 뒤로 하고, SF 장르의 올드팬에게는 다소 쌉싸름할 수 있는 영화다. 전편에 이어 시리즈의 세대교체를 다루는 영화기 때문이다. 다스베이더와 스카이워커의 시대는 가고, 카일로 렌과 레아의 시대가 왔으며, 레아 공주(캐리 피셔)는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났다. 그리고 여기까지 오는데 정확히 40년이 걸렸다. 그야말로 한 세대를 이어온 시리즈인 만큼, 시리즈의 올드팬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까.

 

물론 나는 시리즈의 올드팬이 아니기 때문에 가볍게 봤다. 기존에 내가 <스타워즈> 시리즈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는 굉장히 전형적이었다. 기사도, 선과 악의 대립, 광선검, 뭐 그런 것들. 그런데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를 보고 나서 시리즈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로이 알게 된(사실 기존 시리즈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것은, <스타워즈> 시리즈는 공화국의 부활을 꿈꾸는 라이트 사이드와 제국의 우주 정복을 꿈꾸는 다크 사이드의 대결이라는 거다. 이를 조금 다르게 볼까.

 

다크 사이드는 어떻게 보면 제국주의적 열망에 사로잡혀있는 국가다. 소련이나 나치 독일에 비유하는 게 가장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 한 명의 강력한 지도자에 의해 통치되는 국가라는 점에서. 이에 반해 레아 공주가 이끄는 공화국의 잔당들은 자유와 평화가 있는 공화국의 부활을 꿈꾼다는 점에서 굳.. 비유하자면 미국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실제로 영화 속에서 레아 공주는 포 다메론(오스카 아이작)을 굉장히 편하게 대하고 있고, 이는 포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둘의 계급을 보자. 레아 공주는 공화국 잔당의 장군이다. 군대의 최고 통수권자. 따지자면 대통령 정도 된다. 그런데 포는 고작 대위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중대장. 그마저도 작중에서 사고 쳐서 지휘관 자격 박탈당한 똥대위다. 자유와 평화. 공화국의 이념이라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제국의 몰락과 공화국의 부활을 목적으로 하는 저항군은 루크 스카이워커(마크 해밀)를 찾기 위해 레이(데이지 리들리)를 보낸다. 제다이의 강한 전투력도 물론 필요했겠지만, ‘마지막제다이라는 그를 통해 군사들의 사기를 증진시킬 필요가 있었다. 제다이는 과거 은하공화국을 수호하는 기사단이었다. 물론 선대 제다이들은 다 전사하고 마지막 남은 루크는 제자들을 양성하는 데 실패하고 잠적했으며, 그 제자들 중 하나가 다크 사이드에 붙은 카일로 렌이다. 현재 저항군에는 제다이가 없는 실정이다. 그런 상황에서 레아 장군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쌍둥이 형제인 루크를 데려오는 것뿐이었다.

 

여기서 생각할 수 있는 문제는, 전쟁은 명분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거다. 공화국의 명분은 훌륭하다. 그런데 구심점이 없는 상황에서 명분은 허울 좋은 핑계에 불과하다. 작중에서 레아 장군이 본인의 개인 코드를 써서 동맹국에 참전을 권유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대부분이 요청을 읽지를 않거나 읽었음에도 무시한다. 구심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레아 장군 한 명만 보고 참전하기에는 제국이 지나치게 강대했던 이유도 있다. 그래서 필요했던 인물이 <스타워즈> 세계관 최강자인 루크 스카이워커였다. 루크 스카이워커가 어떤 방식으로 도움이 될 지는 에피소드 9에서 밝혀지지 않을까.

 

더불어 영화가 지적하는 것은 선과 악의 이분법의 무의미함이다. 공화국은 무너지고 제국은 우주정복을 꿈꾸지만 휴양지 행성에서는 여전히 술과 도박, 그리고 노예가 있다. 무기상은 저항군과 제국군 모두에게 무기를 팔고 있다. 핀과 로즈가 이 행성에서 코드브레이커를 데리고 스노크의 함선으로 가는데, 가는 길에 코드브레이커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그런 거 다 부질없다고 말한다. 살다보면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세상은 이분법적으로 볼 수 없다. 필자만 해도 정치적으로 보수적이지만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서는 다소 진보적 성향의 사람들과 의견이 비슷하니까. 과거부터 이어 온 스타워즈 = 공화국과 제국의 대결이라는 설정을 깨부수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겠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의 관람 포인트는 레이와 포다. 포스에 재능이 있는 레이는 루크라는 불세출의 제다이를 만나 간단한교육을 받는다. 본인이 제다이로서 각성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루크는 레이가 진짜 마지막 제다이라고 여긴다. 더불어 어찌됐든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저항군은 살아남았고, 몇 남지 않은 저항군 중에서도 지휘관 포 다메론은 지휘관으로서 각성했다. 레아 장군의 뒤를 무난히 이을 것으로 보인다(아마 레아 역의 캐리 피셔가 사망했으니 확실하지 않을까). 80년대가 아나킨의 시대였고, 2000년대가 루크의 시대였다면, 2010년대는 레이와 포의 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들의 시대도 끝이 나고 다른 사람이 이어받을 것이다. 영화의 가장 마지막 장면은 그렇게, 강물처럼 시간은 흐른다.

 

, 작중에서 핀과 로즈는 러브라인을 타는데 굳이 필요한 장면일까 싶다. 그저 흑인()과 동양인(로즈)의 비중을 늘리는 게 목적이었을까.

 

전설은 갔지만, 이야기는 계속 된다. 평점은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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