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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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 핵전쟁을 막기 위한 방법은 핵보유?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7. 12. 20. 14:17

<강철비>, 핵전쟁을 막기 위한 방법은 핵보유?



 

2017.12.17. 일요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이 돌아왔다. <변호인>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군부 독재에 맞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다룬 시대극이었다면, <강철비>는 북한의 핵 위협이 날로 커지고 있는 현재의 정국을 다룬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사건의 발단은 북한 내부에서 쿠데타가 일어나면서 북한 1, 실루엣 상으로는 김정은이 큰 부상을 입고 남한으로 내려오면서다. 영화의 디테일은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다. 곽철우(곽도원)와 엄철우(정우성)의 싹트는 브로맨스가 주를 이루니까. 그런 점에서는 과거 <공조>(2017)<의형제>(2010)와 비슷하다.

 

<강철비>에서 배우의 연기나 여타 액션 장면보다 더 중요한 관람 포인트는 한반도의 정세를 날카롭게 통찰하고 과감하게 뱉어내는 양우석 감독의 스토리텔링에 있다. 김정은의 집권 초기, 연이은 숙청에 우리는 많이들 걱정했다. 김정은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공식석상에 모습을 잘 보이지 않자, 또 우리는 많이들 걱정했다. 현재의 휴전상태가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정권을 유지하기에 급급한 리더십들이 전면전보다는 현상 유지에 더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 내부에서의 쿠데타라는 설정은 이 아슬아슬한 균형을 급격하게 뒤집어버린다.

 

곽철우가 현재 한반도의 정세에 대한 강의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내용이 참 흥미롭다. 20세기 우리나라의 이데올로기는 일본이었다. 일본은 핵으로 망했는데, 우리는 일본의 성공요소를 벤치마킹했다. 삼성이 소니보다 잘나가고, 현대가 혼다보다 잘나가게 됐다. 북한은 우리와 다르게 핵에 초점을 맞췄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술에 취한 곽철우는 정세영(장현성)과 걸어가면서 핵무기가 있으면 이렇게 복잡하게 꼬이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일부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확실히 우리나라는 여전히 일본과 북한이라는 이데올로기에 잡혀 있으니까.

 

곽철우는 앞선 강의에서 한국전쟁을 냉전시대 최초의 대리전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일제로부터 자력으로 독립하지 못한 우리는 국가 주권을 스스로 찾지 못했고, 각각의 형님을 붙들고 있었으며 형님들끼리 싸우는데 덩달아 등이 터졌다는 게 양우석 감독의 생각인 듯하다. 더불어 영화 전반에 걸쳐 북한에 대한 비판을 많이 하는데, 특히 북한의 화전양면전술을 꼬집는다. 화전양면전술이란, 표면적으로는 대화를 시도하면서 이면에서는 천안함 폭침, 연평해전 등의 군사행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상황이 진행되면서 북한은 남한에 선전포고를 하고, 남한은 계엄령(계엄령이라니, 전두환 정권을 소재로 하는 영화에서 워낙에 많이 다뤄서일까, 조건반사처럼 순간 섬뜩하게 되는 단어기도 하다)을 선포한다. 이후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평양을 폭격하려 한다. 우리나라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바로 대통령(김의성)과 차기 대통령 당선인(이경영)이 공존하는, 정권 교체기였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결정에 깔려있는 욕망은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었는데 마침 시기와 명분이 지나치게 잘 맞아 떨어지기도 했다.

 

양우석 감독은 전란의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이를 우리나라와 북한만의 문제에 한정시키지 않고 미국, 일본, 중국을 적극적으로 개입시킨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에 일본이 피해를 입자 일본은 미국에게 항의하고, 미국은 당초 적극적으로 우리나라를 도우려는 자세에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자세로 돌아선다. 곽철우와 리선생의 대화에서 리선생은 중국은 북한의 온건파와 강경파 중 더 강한 쪽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이는 한반도의 명운에 우리나라와 북한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부분임과 동시에 우리나라가 자존自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필요할 때만 동포라 칭하는 우리나라의 이중적인 태도나 전쟁에 대한 안전불감증을 지적하기도 한다. 특히 계엄령을 선포한 날은 1225, 크리스마스다. 곽철우가 CIA 한국 지부장과 심각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와중 배경에 깔리는 음악은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다. 폭풍 전의 고요를 연출하려는 의도도 있었겠지만 계엄령이 선포됐는데도 평화롭게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불감증을 꽤 아프게 꼬집는다. 실제로 최근에도 북한의 위협에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더 걱정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영화의 결론부에서 감독은 한반도의 핵전쟁을 막을 유일한 수단은 우리나라의 핵무장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남북 모두가 핵을 가지게 되면 여차할 때 모두 죽고 끝날 수 있기 때문에 필자는 핵무장에 반대한다. 오히려 경제 사회적 압박과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비핵화라는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런 부분에서 감독의 결론은 꽤 멀리 나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반도를 둘러싼 국내, 국제 정세에 대한 감독의 날카로운 통찰과 과감한 이야기는 <강철비>를 단순한 전쟁영화나 북한물이 아닌 동아시아 정치 스릴러로 만들어버린다.

 

한국 영화에도 가능성은 있다. 평점은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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