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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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TODAY] 83번째 영화, 남한산성 (2017)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7. 10. 15. 17:36

[MOVIE TODAY] 83번째 영화, 남한산성 (2017)




 

2017.10.12. 목요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전쟁영화다. 피가 튀고 살점이 난무하는 전쟁이 아니다. 그 시절, 남한산성의 차가운 공기만큼이나 차가운 두 신하의 전쟁이다. 호흡과 눈빛, 대사 한 줄까지 그야말로 냉전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이보다 차가운 전쟁이 있을 수 있을까.

 

영화는 총 11장으로 구성된다. 1장 두 신하, 2장 오직 싸움이 있을 뿐이다, 3장 서날쇠의 조총, 4장 나루터에서 태어난 아이, 5장 가마니와 말고기, 6장 삼전도의 칸, 7장 북문전투, 8장 적의 아가리, 9장 보름달이 차는 날, 10장 살아서 죽을 것인가, 죽어서 살 것인가, 마지막장 삶의 길.

 

소설의 구성이다. 실제로 영화는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적 서사로 보면 그다지 흥미로운 구성은 아니다. 그저 시간의 흐름을 따라 담백하게 흘려내는 대사와 장면들은 자연스러운 귀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모두가 결과를 알고 있는 이야기라 그럴지도.

 

영화의 초점은 인조가 청의 칸에게 삼배구고두를 하는 소위 삼전도의 굴욕이 아니다. 청의 군대에 맞서는 남한산성에서의 전투도 아니다. 그 겨울 백성들이 맞이한 추위도 아니고,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에 급급한 사대부들의 졸렬한 모습도 아니다. 영화의 초점은 최명길(이병헌)과 김상헌(김윤석)의 조정을 향한 다른 방식의 충성에 있다.

 

최명길은 주화파였고, 김상헌은 척화파였다. 최명길은 굴욕을 감내하고 청과 화친을 맺어 일단 살아야한다고 생각했고, 김상헌은 화친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두 신하의 의견 차이는 그 복색에서도 드러난다. 최명길은 시종 어두운 옷을 입고 있고, 김상헌은 흰 옷을 입고 있다. 필자는 이 둘의 갈등이 동시에 인조의 내적 갈등을 상징한다고 생각했다.

 

결국 청과 화친을 맺게 되고, 최명길과 김상헌이 대화를 나눈다. 성을 나가는 대가로 왕이 얻은 건, 조선의 임금으로 사는 것. 최명길이 얻은 건, 백성을 살려주는 것. 김상헌이 말한다. “내가 죽을 자리는 오랑캐 발밑은 아니다.” 최명길이 말한다. “삶의 길은 백성과 임금이 함께 걸어가는 길이다.” 김상헌이 다시 말한다. “나도 그랬는데 틀렸다. 백성을 위한 건 낡은 것이 모두 사라진 세상이다. 너도, 나도, 우리가 세운 임금도.”

 

무엇이 옳은지는 알 수 없다. 당시 척화파의 의견대로 했으면 또 어떻게 됐을지 모르는 거니까. 그러나 최명길도, 김상헌도 자신의 방식대로 조선을 향한 충성을 보였다. 자신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을 위했다. 흰 옷처럼 김상헌은 순수한 조선으로 존재하길 원했고, 최명길은 검은 옷처럼 오명을 뒤집어쓰더라도 살고자했을 뿐이다. 겨울이 지나간 들에 민들레는 결국 피어난다.

 

수십만 청의 기마대보다 압도적인 두 남자. 평점은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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