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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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TODAY] 82번째 영화, 아이 캔 스피크 (2017)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7. 10. 15. 16:50

[MOVIE TODAY] 82번째 영화, 아이 캔 스피크 (2017)



 

2017.10.12. 목요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평범한 코미디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안 봤다. 지난 목요일, 영화를 보려고 하니 아직도 상영하더라. 그래서 봤다. 꽤 오래 걸려 있어서. 별 기대 없이 보러 갔고, 생각보다 괜찮아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 바빴다. 흔한 영화는 절대 아니다.

 

9급 공무원 민재(이제훈)는 원칙주의자다. “원칙대로 하면 됩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구청장과 재개발 사장이 민재에게 호출했을 때, 민재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원칙대로건설사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런 민재에게 옥분이라는 위기가 닥친다. 구청장이 다섯 번이 바뀌는 동안 8천 건에 달하는 민원을 넣은, 민원 장인이다. 그리고 동시에 진상 민원인이기도 하다.

 

옥분은 영어를 배운다. 그러나 나이가 나이인지라, 학원에서는 옥분을 부담스러워하고 결국 옥분은 쫓겨난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나오는데 원어민과 유창하게 대화하는 민재를 만난다. 그때부터 민재에게 영어를 가르쳐달라고 조르기 시작한다. 개인 연락처를 알아내 전화하는 것부터 시작해, 엄청난 양의 민원서류를 가져와 협박하기도 한다. 결국 영어를 배우게 된다. 옥분이 가끔 저녁을 차려주던 고등학생이 있는데 그게 민재 동생 영재였던 것. 동생 영재를 끔찍이 아끼는 민재는 최선을 다해 옥분에게 영어를 가르친다.

 

영화는 옥분의 친구 정심(손숙)이 병원에 입원하고 나서 급격하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전까지 단순한 상업 코미디의 탈을 쓰고 있던 영화는 갑자기 그 내용이 무거워진다. 알고 보니 위안부 영화. 그리고 아무도 몰랐겠지만 이게 실화 기반이라는 거다. 옥분은 미국 하원에 가서 H.Res 121을 위한 증언을 한다.

 

<아이 캔 스피크>는 대놓고 눈물샘 쥐어짜는 영화다. 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영화가 가지는 의미는, 위안부 피해자가 I, 즉 주체가 된다는 데 있다. 영화의 제목은 I can speak. 영화의 가장 마지막 대사는? Yes, I can이다.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에 의해 멋대로 재단당하고 상품처럼 전시된 그들의 기억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피해자들의 삶을 보여주는 영화다. 그런 의미에서 조정래 감독의 <귀향>(2015)보다 훨씬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제목은 또한 중의적인 표현이기도 한데, 영어로 말할 수 있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60년이 넘게 숨겨왔던 기억을 말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옥분이 발언을 하고 난 이후 미국의 의원들이 옥분에게 다가와 미안하다고 거듭 말하는 장면은 감독이 관객에게, 그리고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전하는 사과의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더 좋은 이야기를 만들지 못한 미안함에.

 

아픔을 전시하지 않고도 눈물을 흘릴 수 있게 하고, 소수자에 대한 비꼬기가 없어도 웃음을 지을 수 있게 하는 <아이 캔 스피크>는 상업영화의 진화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 극을 이끌어가는 주체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한국영화의 귀감이 되지 않을까.

 

아픔을 위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 평점은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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