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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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TODAY] 78번째 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 (2017)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7. 10. 3. 01:52

[MOVIE TODAY] 78번째 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 (2017)




 

2017.09.29. 금요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발렌타인(사무엘 L. 잭슨)으로부터 세계를 구한 킹스맨은 오늘도 평화롭게 하루를 마무리할 뻔 했으나, 에그시(태런 에저튼)가 킹스맨 오디션 탈락자인 찰리(에드워드 홀크로프트)로부터 습격을 당하게 되고, 며칠 뒤 록시(소피 쿡슨)와 아서(마이클 갬본)를 비롯 킹스맨의 모든 요원들이 의문의 미사일을 맞고 죽게 된다. 집을 비웠던 에그시와 집 주소도 없는 (쩌리) 멀린(마크 스트롱)만 빼고. ‘최후의 날 수칙에 따라 우여곡절 끝에 스테이츠맨과 조우한 킹스맨은 또다시 세상을 구하기 위해 포피(줄리안 무어)의 골든 서클에 맞서게 된다.

 

일단 이야기의 흐름 자체는 상당히 전형적이다. 첩보조직의 정체가 들통 나고, 힘을 잃은 상태에서 조력자의 도움으로 복수를 한다는 이야기다. 전체적인 흐름만 놓고 보면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2011)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브리티시 악센트와 젠틀맨, 타격감이 훌륭한 액션, 노래 선곡 등이 가미되면 <킹스맨>의 브랜드 네임을 사용할 수 있다. 사실 영화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다. 필자가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2015)를 보지 않았다면 <골든 서클>에는 더 높은 점수를 줬을 것이다. 문제는 이 영화가 브랜드 네임을 가지고 있는 시리즈라는 데 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보다 잔인해지면서 더 시원해진 타격 액션이나 기묘한 에이전트 위스키의 무기들(채찍, 올가미), 적절한 선곡 등 장르 영화로서의 매너는 훌륭하게 따르고 있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명대사를 해리(콜린 퍼스)의 목소리로 다시 들을 수 있다는 점이나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시리즈로서는 아니다. 전편보다 덜떨어진 악당과 오합지졸인 주인공들의 싸움은 필연적인 지루함을 가진다. 전체적으로 전편의 텐션을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킹스맨3>가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감독은 속편을 위한 떡밥으로 에이전트 데킬라(채닝 테이텀)를 활용한다. 에그시와 멀린이 스테이츠맨을 찾아갈 때 굉장히 있어보이게 등장하더니 에이전트 진저에일이 과거 언급 살짝 해주고 데킬라는 내내 잔다. 데킬라에 대한 떡밥 회수는 3편에서 할 예정. 마지막에 정장 차려입고 킹스맨을 찾아가는 데킬라를 보여준다.

 

우선 가장 불만인 부분은 악당이 지나치게 허술하다는 점이다. 지난해에 2,500억 달러를 벌어들인 세계 최대 마약 카르텔의 수장 포피. 첫 등장부터 존재감이 상당하다. 네온 간판이 그득한 포피랜드의 한가운데 있는 ‘Poppy’s Diner’에서 시작하는 그녀의 이야기는 온통 빨간색이다. 인테리어, 드레스코드, 입술, 그리고 헤어. 빨간색의 정점은 파란 옷을 입고 있는 찰스(키스 알렌)의 고기다. 그의 고기는 미국의 상징인 햄버거로 완성된다(...).

 

문제는 압도적인 등장의 그녀가 지나치게 허술하다는 점인데, 범죄 제국을 이끌고 있는 그녀가 합법적인마약사업을 하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전편의 발렌타인처럼 세상을 뒤집으려는 혁명을 벌이는 게 아니다. 차라리 무력을 통한 세계정복을 꿈꿨다면 영화가 지금보다는 긴장감이 있지 않을까 싶다. 결정적으로 이상한 허영심에 찌들어 세계를 상대로 테러를 일으킨 악당이라면, 미사일로 킹스맨들을 폭파시킨 행동가라면, 새로운 부하에게 인육을 먹이는 사이코패스라면, 통제하기 쉬운 로봇에 투자한다는 연매출 2,500억 달러의 부자라면 단 두 명의 스파이에게 당하면 안 되는 거다. 그게 관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입구 경비는 멀린에게 낚여 John Denver<Take Me Home, Country Roads>와 함께 웨스트버지니아로 날아가고, 내부의 병력은 우산과 서류가방으로 무장한 두 명에게 녹는다. 이렇게 쉽게 끝나려고 포피는 세계 최고 카르텔의 보스가 됐는가?

 

선임 요원들의 감정은 사치다라는 말이 몇 번이고 반복됨에도 감정에 휘둘리는 에그시와 위스키는 그러려니 한다. 그래, 영화에 트롤 하나 둘쯤은 있어야지. 근데 엘튼 존은 왜? 대체 왜 세계 최고의 가수 겸 작곡가이자 대영 제국 훈장까지 받은 엘튼 존을 그렇게 대충 쓰려고 캐스팅했을까 싶다.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가장 선두에 있기도 한 그는 이상한 닭 분장을 하고 나와서 이단옆차기 한 번 한 게 전부다. 진득하게 노래라도 많이 부르게 해주던지, 납치 감금된 상태에서 노래하고, 해리가 구해주자 자기한테는 백스테이지 출입증을 줄게라는 말과 함께 그의 역할은 완전히 끝난다.

 

시리즈는 발전한다. 아니, 발전해야 한다.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 <혹성탈출> 트릴로지가 할리우드 역사상 최고의 트릴로지에 손꼽히는 이유다. <킹스맨: 골든 서클>은 전작인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동어반복에 지나지 않는다. 전작의 매력적인 요소들을 그대로 가져오긴 했는데, 발전이 없으니 단점이 이렇게 커 보일 수가 없다. 3<킹스맨: 레드 다이아몬드>가 예정되어 있다. 1편만큼의 신선한 충격은 바라지도 않으니, 제발 2편보다는 발전한 모습을 보이길.

 

두 번 듣기엔 지루한 이야기. 평점은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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