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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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TODAY] 62번째 영화, 군함도 (2017)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7. 7. 28. 07:23

[MOVIE TODAY] 62번째 영화, 군함도 (2017)

 

2017.07.27. 목요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베테랑>(2015) 이후 2년 만에 극장가로 복귀한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다. 하시마 섬, 다른 이름으로는 제목과 같은 군함도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 군함도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이 노역을 하던 곳이다. 탄광이 있어 수많은 조선인들이 끌려가 전쟁을 위한 석탄을 캐던 곳이다.

 

20157, 일본이 조선인 강제노역 등을 인정하면서 군함도는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에 포함되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그러나 강제노역을 시킨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았으며 등재결정이 내려지자마자 강제노동을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발언이 나오거나, 일본 번역문에서는 표현수준을 완화하는 등의 태세전환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유네스코는 군함도의 건축 기술성에 가치를 부여, 세계유산 등재 기준 2번과 4번을 적용시키는 등 조선인들이 강제징용 되어 잔혹하게 죽은 아픈 역사의 장 보다는 일본 메이지 산업 혁명의 놀라운 결과물이라는 이미지가 자리 잡았다. 무한도전에서 하하가 군함도를 방문한 적이 있으나 강제징용에 관한 언급은 전혀 없고 군함도의 장점만을 늘어놓아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군함도>는 온갖 국뽕 마케팅으로 유명세를 탔다. 여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이나 <연평해전>(2015)과 같이 반일, 반북 감정으로 예매율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으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빈 수레가 요란했다는 느낌이다. 일부 장면들을 보면 류승완 감독의 연출 센스가 돋보이나 전체를 보면 영 헐겁게 짜인 그물을 보는 느낌.

 

필자에게 가장 인상적인 시퀀스는 네 개다. 오프닝 시퀀스, 강옥(황정민)과 소희(김수안)가 공연하는 장면, 탈출하는 시퀀스에서 강옥이 욱일승천기를 찢는 장면, 그리고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지는 장면이다.

 

먼저 오프닝 시퀀스를 보자. 오프닝 시퀀스는 탄광으로 들어가는 조선인들을 비춘다. 화면은 흑백으로 표현된다. 수직으로 뚫려있는 좁은 갱도를 승강기를 타고 내려가는 장면이다. 좁은 갱도와 작은 승강기, 빽빽하게 들어찬 조선인들과 어울려 흑백의 화면과 수직적 하강의 이미지는 지옥과도 같은 막장(탄광의 다른 이름)’으로 들어가는 힘없는 조선의 절망감을 효과적으로 나타낸다.

 

두 번째는 강옥과 소희의 공연 장면이다. 영화의 초반부인데, 보국신민으로 징용되는 조선 청년들의 환송식이다. 강옥과 소희가 공연하는 무대의 뒤편에는 욱일승천기가 큼지막하게 걸려있다. 그 앞에서 경쾌한 재즈 음악과 함께 소희는 노래하고 춤춘다. 이 장면이 인상적인 이유는 소희의 새빨간 무대의상 때문이다. 이 옷이 욱일승천기와 어우러져 일제에 자존심을 팔아야만 하는 조선인의 모습을 상징한다고 생각했다.

 

세 번째는 군함도를 탈출하기 위해 강옥이 욱일승천기를 찢는 장면이다. 예고편에도 나온 장면인데, 영화 초반에 욱일승천기 앞에서 춤추며 공연했던 강옥이 욱일승천기를 과감하게 찢어발기는 모습이 가까이는 탈출, 멀리는 일제의 패망을 상징한다고 느꼈다. 더욱이 공연 시퀀스에서는 선명한 붉은 색을 뽐내며 세로로 걸려있던 욱일승천기가 탈출 시퀀스에서는 빛이 바래있으며 가로 누운 상태로 조선인들의 손에 들려있었다. 살아남기 위해 자존심을 팔고 웃음을 팔고 음악을 팔던 강옥의 결단어린 행동이라는 점도 포인트다.

 

마지막 네 번째는 탈출에 성공한 조선인들이 배 위에서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을 바라보는 장면이다. 이 부분도 흑백으로 표현됐는데 특이한 점은 나가사키에서 피어오르는 버섯구름만 컬러로 나타난다. 조선에 돌아간 이후에도 여전히 고달픈 그들의 삶을 나타내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이 시퀀스에서 필자는 조선인들이 탈출하기 위해 타고 있는 배에 집중했다. 군함도의 조선인들은 탄광에서 노역을 하던 사람들이었다. 탄광 섬에 끌려와 석탄을 캐던 조선인들이 석탄 운반선을 타고 탈출한다는 설정이 알 수 없는 여운을 남겼다.

 

네 장면의 공통점을 알겠는가? 바로 촬영팀과 미술팀만 제 할 일을 다 했다는 거다. 컬러 배치, 의상, 세트 등이 큰 임팩트를 남겼기에 필자의 뇌리에 남은 장면들이다. 나머지 부분들은 작가로서 류승완 감독의 역량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필자의 가장 큰 불만은 낭비된 캐릭터들이다.

 

오말년(이정현)은 위안부로 중국 땅을 거쳐 군함도까지 흘러들어온 전라도 출신의 강인한 여성이며 경성에서 주먹 좀 쓴다는 최칠성(소지섭), 요주의 인물인 윤학철(이경영), 독립군으로서 윤학철을 탈출시키는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군함도에 잠입한 박무영(송중기), 그리고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톡톡히 한 송종구(김민재)까지. 어느 하나 그 매력이 부족하지 않은 캐릭터였음에도 어느 하나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어설픈 반전과 신파를 위해 쉽게 쓰이고 쉽게 버려졌다. 그나마 남은 건 강옥과 소희의 호흡뿐. 어쩌면 <군함도>의 최고의 수확은 <부산행>(2016)에 나왔던 어린 애 김수안이 아닌 배우 김수안의 가능성이 아닐까.

 

흔하디흔한 양산형 국뽕영화. 촬영팀과 미술팀만 열일한다. 평점은 5/10.

 



내용 추가)

 

생각해보면 부분 부분은 참 괜찮았다. 강옥 일행이 군함도로 들어갈 때의 암울한 상황과 달리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든지, 살아남기 위한 소희의 처절한 몸짓과 외침과 표정이라든지, 노란 불빛 아래 앉아 자신의 과거를 담담히 말하는 말년이라든지, 가로등 아래 강옥과 소희의 고무줄놀이 등. 가장 마지막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소희가 카메라와 눈을 맞추는데, 그럼으로써 방관자로 존재하던 관객을 이야기의 한 가운데로 끌어들이는 힘을 가진다.

 

다만 비극적 상황에서 영화의 드라마를 위해 우겨넣은 설정들이 전체적인 흐름을 어긋나게 만들었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오히려 더 아쉬운 부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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