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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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FILM

1번째 영화, 너의 이름은. (2017)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7. 1. 4. 05:21


 

무스비. 이 영화를 한 단어로 요약한다면 그런 것일까. ‘실을 잇는 것도 무스비, 사람을 잇는 것도 무스비, 시간을 잇는 것도 무스비’. 미츠하와 타키는 꿈(이라고 착각하는)을 꾼다. 이성과의 바디 체인지는 이전에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서 다루었던 소재다. 제법 고전인 <체인지>(1997)부터 최근에는 드라마 <시크릿 가든>(2010) 등등. 그러나 <너의 이름은.>에는 무스비라는 철학적이고 신화적인 힘이 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미츠하와 타키는 서로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둘은, 서로의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 망각이라는 압도적인 힘에 최선을 다해 저항한다. 소중한 사람, 잊어선 안되는 사람, 잊고 싶지 않았던 사람. 그들을 이어주는 것이 무스비. 끈목으로 형상화된 둘의 인연의 실. 망각 앞에 무너진 기억의 편린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이어져있는 인연의 실로 완성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름은 개성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뿌리, 정체성, 존재, 영혼 등의 보다 사람의 본질적인 부분을 의미한다.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서로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고 뿌옇게 내려앉은 안개에 한치 앞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서로의 삶에서 무기력하게 서로가 지워져갈 때 무스비는 그 의미 그대로 매듭을 짓는다. 그러나 무스비의 매듭을 짓는 것은 터무니없음에도 서로를 떠올리기 위한 둘의 간절함과 안간힘.

 

이러한 이야기를 스크린 위에 그려내는 신카이 마코토의 유려하고도 세련된 화법은 이야기 없이 그 자체로도 충분히 즐겁다. 특히 하이 앵글과 로우 앵글을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부분에서 감독의 역량에 무릎을 꿇게 만든다. 영화를 보고나면 그 아름다운 풍광이 눈앞에 아른거릴 것이다.

 

빛바랜 기억 속에서도 잊지 않으려는. 평점은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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