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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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번째 영화, 비밀은 없다 The Truth Beneath, 2016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6. 6. 23. 13:18



곡성 이후 대단한 한국 영화다. 서스펜스 스릴러의 장르적 매력을 한껏 발산하는 힘이 넘치는 작품이다. 끊임없이 내 추측을 무너뜨리고 온갖 장치들을 통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는 감독의 역량이 놀라울 따름이다.

서스펜스 스릴러는 서스펜스를 극대화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범인과 피해자의 관계, 범행 동기가 얼마나 논리적이고 잘 짜여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풀어내는지가 중요하다. 이 영화는 범인과 피해자의 관계는 추측이 가능하지만 범행 동기와 이것을 추리해나가는 과정은 전혀 예측이 불가능하다.

감독은 연홍(손예진)의 시각으로 사건을 추리해 나간다. 그리고 관객은 철저히 손예진의 시각을 공유한다. 이 과정에서 여러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남편이자 정치인 종찬(김주혁), 딸의 절친한 친구 미옥(김소희), 상대 정치인 노재찬(김의성), 박사무관, 최기사, 딸 민진(신지훈)의 담임선생까지. 여러 인물들이 정교한 얽혀서 퍼즐을 맞춰나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동시에 배경음악이나 소품 등을 통한 여러 장치들이 서스펜스를 더욱 극적이고 견고하게 만든다. 스토리, 연기를 제외한 카메라워크나 영상, 배경음악 등을 놓고 보면 다소 산만하고 어지러우나 오히려 덕분에 그 가운데 연홍의 매서운 추리가 더욱 빛이 난다.

아쉬운 점은 몇 번의 추리를 뒤집는 과정이 다소 루즈하게 느껴진다. 범인인가 싶으면 아니고, 또 범인인가 싶으면 아니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연홍에게 찾아오는 위기도 예상보다 너무 약하다. 이러다가 주인공 죽는거 아닌가? 싶은 부분이 극적인 요소를 강화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

하지만 여전히 감독은 각각의 시퀀스 안에 많은 것들을 넣었다. 상당히 '혜자스러운' 영화. 최후에 가서야 모든 퍼즐이 풀리지만 그 전까지는 지나치게 난잡하고 지나치게 많은 정보에 혼란스럽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모든 것을 소화시키는 감독의 능력이란.

손예진의 연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오싹한 연애 이후 굉장히 안타까운 필모그래피를 보여주면서 걱정하게 했던 손예진의 연기가 이 영화의 절반을 이끌어갔다. 로맨스에 탁월한 배우라고 생각했으나 딸을 잃은 엄마를 연기하는 그녀의 광기는 실제로 딸을 잃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다소 과하지만 기분 좋은 포만감. 평점은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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