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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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번째 영화, 아가씨 The Handmaiden, 2016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6. 6. 2. 23:48



놀랍다. <곡성>의 나홍진에 절대 뒤지지 않는 감독이다. 그의 별명 '깐느 박'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다. 그의 '복수 3부작'에 비해 한껏 힘을 빼고 한결 부드러운 어투로 이야기를 꺼낸다.

작품은 총 3부로 구성된다. 이야기의 큰 줄거리를 보여주는 1부, 이야기 이면의 이야기를 담아낸 2부, 그리고 그 후의 이야기를 담아낸 3부. 오프닝 시퀀스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1부는 숙희(김태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서술된다. 백작(하정우)와의 거래로 히데코(김민희)의 몸종으로 들어가 히데코를 백작과 결혼시키려하는 숙희는 히데코와 사랑에 빠지고 모든 갈등은 여기서 시작한다.

갈등의 시작은 돈과 사랑 사이에서 고뇌하는 숙희의 내적 갈등이다. 히데코를 백작과 결혼시켜야 꿈에도 그리던 큰 액수의 돈을 가지고 외국으로 떠날 수 있지만, 숙희는 히데코를 사랑한다.

시대는 일제강점기. 남성의 젠더권력이 극에 달한 시기에서 숙희와 히데코의 사랑은 젠더권력에 대한 저항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현대사회에서도 마찬가지. 숙희와 히데코의 섹스가 외설적이지 않고 아름답게 다가오는 이유다.

김태리라는 신인배우의 발견도 반갑다. 얼핏 스크린에서 하연수와 닮은듯 싶다가도 아이유와도 닮았는데, 또다시 그 둘과는 전혀 다른 향기를 가진 배우다.

신인임에도 능숙한 감정의 완급조절이 강력한 무기다. 김민희, 하정우와 스크린에서 맞붙지만 한치의 호흡도 내주지 않는다. 김태리는 눈빛으로, 표정으로, 목소리로, 몸짓으로 숙희의 전부를 토해낸다. 그러면서도 감정에 잡아먹히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배역을 소화하는 이 배우, 사랑스럽다. 아주 많이.

카메라 감독의 화면을 잡아내는 능력이나 미술팀의 공로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만큼 영상미도 아름다운 영화.

서로 다른 네 가지의 욕망이 뒤얽혀 만들어낸 이상하고 아름다운 변주곡. 평점은 8/10.

덧) 변태 노인네 조진웅...

덧2) 내 인생을 망치러온 나의 구원자, 나의 타마코, 나의 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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