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월요일이 사라졌다>, 결국 사라진 건 감독의 메시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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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이 사라졌다>, 결국 사라진 건 감독의 메시지.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8. 2. 26. 23:40

<월요일이 사라졌다>, 결국 사라진 건 감독의 메시지.

 

2018.02.26., CGV 대전 복합터미널,

 

한정된 자원과 끝도 없이 증가하는 인구 때문인지 관련된 영화가 계속 나온다. 필자는 시간 때문에 못 봤던(핑계지만) <다운사이징>도 인구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서 시작하는 영화다. <월요일이 사라졌다>도 같다. 10년 후의 인구를 100억 명으로 추정하는 미래의 어느 시점, ‘산아제한법이 발의된다. 증가하는 인구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정부는 이 법을 근거해 1가구당 1자녀로 통제한다. 시기를 같이 해 태어난 일곱 쌍둥이가 주인공이다. 영화는 30년이 지나 일곱 명의 카렌 셋맨(누미 라파스)에게 벌어진 일을 다룬다.

 

산아제한정책은 꽤나 오래된 정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70년대부터 가족계획정책을 시행했던 이력이 있고, 중국에서도 문화대혁명 이후 인구통제를 위해 70년대 말에 소위 2자녀 정책으로 불리는 계획생육정책을 시행한 바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면한다등의 자극적인 카피를 쏟아냈고, 잠재적 인구 감소까지는 인지하지 못해 96년이 돼서야 폐지한 상황이다. 때문에 필자 또래까지만 해도 남아선호사상이 깊게 남아있기도 하다.

 

아무튼 이런 가족계획정책을 시행하면서 우리나라처럼 비교적 온건하게 실행한 것은 아니다. 영화 초반, 선데이는 외출했다 돌아오면서 둘째를 정부에 빼앗기는 가정을 보게 된다. 폭력을 동원해 아이를 데려가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자매들과 함께 보게 된다. 정부 차원의 상황 때문에 자매들은 자신의 이름에 맞는 요일에만 외출이 허용되며, 자신의 개성과는 다른 모습으로만 외출할 수 있게 됐다.

 

소재의 탁월성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산아제한정책이 있는 사회에서 일곱 쌍둥이라니. 게다가 각각의 자매들이 특징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카렌 셋맨을 연기하는 누미 라파스에게는 큰 부담이었을 거다. 실제로도 누미 라파스의 연기는 훌륭했지만, 영화의 장점은 거기까지였다. 허술한 진행과 앞뒤가 맞지 않는 설정들은 영화의 완성도를 심각하게 훼손시켰다. 어느 평론가의 누미 라파스의 17종 경기라는 평이 더 공감 가는 이유다.

 

국내에서는 흩어지면 죽는다! 일곱 쌍둥이의 목숨을 건 팀플레이라는 카피를 붙여놓고 홍보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말하지 않겠지만, 카피를 기대하고 가면 절대 안 된다. 감독은 극적인 장면을 위해 액션을 강조한다. 덕분에 서스펜스를 비롯한 다른 드라마가 러닝 타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많이 적어졌다. 그렇다고 액션이 시원시원하게 터지는 것도 아니다. 결국 이도 저도 아닌 결과물만 남아버렸다. 메시지는 물론이거니와 오락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셈이다.

 

하지만 굳이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꺼내보자면, 정부 주도의 인권탄압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 정도가 아닐까 싶다. 주인공이 사는 동네는 슬럼가다. 슬럼가는 서민들이 사는 곳이다. 일요일, 선데이는 외출하고 들어오면서 쥐고기를 사온다. 단 한 마리의 쥐고기로 일곱 자매들이 나눠먹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승진도 하고, 실력 있는 은행원으로 나오지만 기본적으로 서민인 거다. 게다가 정부의 정책에 피해를 입는 사람들도 서민처럼 그려진다. 웬즈데이가 요원들을 따돌리는 추격씬에서 서민들이 요원들을 공격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인구증가를 통제하는 것은 필요할 수 있지만 과격한 산아제한정책은 폭력으로 보는 게 맞다. 그리고 감독은 산아제한정책이 가지는 폭력성에 대해 말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액션이라는 장르 특성상 국가가 가하는 가시화된 폭력은 장르적 요소에 그쳐버리고 만다. 결국 2시간에 걸친 러닝 타임에서 남는 건 프레임 안과 밖에서 벌어지는 누미 라파스의 분투뿐이다. 더군다나 사건의 발단과 동기, 엔딩 장면은 떠올리기도 싫은 수준이다. 노르웨이 감독의 C급 스토리텔링과 B급 감성이 만들어낸 괴이한 영화다.

 

이 영화에서 가장 충격적인 건, 니콜렛 케이먼 의원이 <101마리 달마시안>의 크루엘라라는 것. 평점은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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