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MOVIE TODAY] 69번째 영화, 청년경찰 (2017) 본문

영화 FILM

[MOVIE TODAY] 69번째 영화, 청년경찰 (2017)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7. 8. 19. 14:31

[MOVIE TODAY] 69번째 영화, 청년경찰 (2017)

 

 

2017.08.18. 금요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청년+경찰이다. 굉장히 단순한 플롯을 가진 영화다. <청년경찰>은 버디 성장 수사 액션 코미디다. <청년경찰>의 오프닝 시퀀스는 경찰대 학생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당연하게도, 캐릭터 소개도 이때 진행된다. 드웨인 존슨과 케빈 하트가 주연한 <센트럴 인텔리전스>(2016)의 빅&스몰 조합처럼, <청년경찰>의 육체파&지능파 조합도 흔한 설정이다. 버디물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서로에게 없는 특성으로 밸런스를 맞춘다는 거니까.

 

청년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청춘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긍정적 이미지를 잘 살렸다. 젊은 혈기, 긍정적 마인드, 굳은 신념. 철없는 모습마저도 청춘의 특권이 아니던가. 장르적 매력도 충분히 살렸다. 학생 신분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을 통해 수사물과 성장물, 그리고 액션물의 장점을, 가장 친한 동기라는 설정으로 버디물과 코미디물의 장점을 영리하게 취했다. <청년경찰>의 기준(박서준)과 희열(강하늘)의 호흡은 쌍둥이의 그것과도 같다.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기술적으로 부족한 영화는 절대 아니라는 거다. 문제는 현실을 담아내는 방식에 있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거슬렸던 부분은 대림동을 그려내는 방식이다. 기준과 희열이 택시를 타고 대림동으로 갈 때 택시기사가 조선족이 많은데 칼부림도 많이 나고 해서 경찰들도 잘 안 온다는 식으로 말을 한다. 물론 조선족의 범죄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런데 경찰들이 무서워서 접근도 하지 않을 정도인가? 우리나라 경찰이 그 정도 밖에 안 되나?

 

무엇보다 조선족=범죄라는 클리셰는 이제 없어져야 할 악습이다. 외국인, 특히 중국에서 건너온 조선족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고전적인 클리셰다. 당장에 나홍진 감독의 <황해>(2010)만 봐도 조선족=가난한 범죄자라는 설정으로 시작하지 않는가. 다만 <황해><청년경찰>이 다른 것은 일반화에 대한 차이다.

 

실제로 국내 외국인 범죄자 중 조선족의 비율은 적은 편이다. 조선족에 대한 대중문화의 혐오는 단일민족국가에 대한 자부심에서 출발하는 인종차별이다. 중국에서 건너온 가난한 사람들. 현재 우리나라에서 조선족이 가지고 있는 지위는 딱 이 정도일 것이다. 널리고 널린 사회적 약자. 그런 와중에 간간이 조선족이 연루된 강력범죄 소식이 들려오니, 영화에게는 얼마나 먹음직한 소재인가. <청년경찰>은 이 클리셰를 그대로 답습하며 조선족=이라는 성벽을 더욱 공고히 한다. 할리우드의 화이트 워시 등 인종차별과 뭐가 다른지 필자는 전혀 모르겠다.

 

경찰집단을 그리는 방식도 문제다. 한편에서는 경찰은 시민의 위기에 가장 먼저 응답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 목숨보다 절차가 중요해?’라며 따지고 든다. 납치 현장을 목격하고 강남 경찰서에 신고하러 갔을 때, 서장 지시로 고위 관리의 자녀가 납치된 상황을 강조한다. 문제는 성인 여성은 납치 후 7시간 안에 크리티컬 아워가 발생한다는 교육이 이뤄진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는 거다. 해당 여성이 가출 청소년이라는 설정이 더해지면서 고위 공직자의 아들이라는 설정과 대비를 이루며 경찰집단의 부패와 여성에 대한 차별적 관념까지 한번에 안고 간다.

 

기준과 희열이 클럽에 갔을 때, 남자친구가 있는데 희열에게 귀엽다며 꼬리치던 여자, 기준이 경찰대 학생이라 하자 돈 안 되는 거 왜 해요?’라고 비웃으며 아이돌(찬성)에게 환호하는 여자. 술 마시다 나온 두 사람이 지나가는 여자를 보며 번호 따자던지, 길 가는 여자를 건장한 성인 남성 둘이 뒤쫓는 장면, 인상착의를 묘사하는데 얼굴이 작다던지, 그 결벽증이 심한 희열이 여자의 가슴 아래 무너진다던지, 두 남자가 성장하게 되는 가장 큰 원동력이 여자라든지. 그리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여자와의 포옹이다. 그야말로 여성혐오의 집합체다. <박열>(2017)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납치, 감금, 인신매매, 난자공장, 장기매매, 가출팸 등의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것은 좋다. 그 과정에서 경찰에 대한 편협하고 왜곡된 시선과 사회 구조적 약자에 대한 잘못된 해석, 그리고 은근슬쩍 비춰지는 감독의 여성혐오는 무지를 무례하게 나타내며 코미디를 코미디로 받아들일 수 없게 만든다. 차라리 블랙 코미디로 그렸으면 지금보다는 괜찮았을 걸, ‘이러이러한 게 있는데 아무튼 기준이랑 희열이가 잘했어!’라는 식의 메시지는 썩 불편하다.

 

빻은 감독의 빻은 생각을 빻아서 담아낸 빻은 영화. 평점은 4/1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