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MOVIE TODAY] 55번째 영화,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 (2017) 본문

영화 FILM

[MOVIE TODAY] 55번째 영화,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 (2017)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7. 6. 28. 15:19

[MOVIE TODAY] 55번째 영화,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 (2017)

 

2017.06.28. 수요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작년에 왔던 각설이마냥 죽지도 않고 또 찾아온 마이클 베이 감독의 시그니처 브랜드, <트랜스포머>. 실제로 연출로 참여한 작품만 놓고 보면, 13편 중 <트랜스포머> 시리즈만 5편이다. 2007<트랜스포머>로 시리즈의 문을 연 이래, 프로듀서나 제작으로 참여한 작품들은 많아도 잘 만든영화를 연출한 경력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트랜스포머>(2007)로 전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어서인지는 몰라도 사실은 B급 특촬물(예를 들면 <파워 레인저><울트라맨>같은) 감독 수준이라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사실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보며 마이클 베이 감독을 욕할 것은 없다. 우리가 분노해야할 대상은 투자자, 배급사, 멀티플렉스, 그리고 우리 자신이다.

 

시리즈 자체는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2009)부터 텐션이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누구보다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관객들이다. ‘이번에는 전보다 낫겠지’ ‘때려 부수는 재미라도 있으니까’ ‘로봇! 쾅쾅! 머슬카! 범블비!’ 딱 관객의 수준에 맞는 영화가 나올 수밖에. <트랜스포머>(2007), 온갖 번쩍거리는 자동차들이 나오는, 일종의 모터쇼이자 남자들의 로망이었다. 쉐보레 카마로의 형태를 한 범블비와 섹시한 정비공 메간 폭스라니, 이 조합에 환장하지 않는 남자가 있을 수 있겠나(남성에 대한 고정관념이다. 그러나 할리우드에서 섹시한 미녀와 더 섹시한 자동차는 남성 관객을 꼬셔내는 공식이다).

 

속편에서는 변주가 계속된다. 자동차, 미녀, 영웅주의, 그리고 세계 2차 대전과 달 착륙 등에 대한 음모론 등등. 시리즈 4편인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2014)에서는, 맙소사, 가족주의까지 집어삼켰다. 온갖 매력적인 장르물의 특징들을 집어삼켜놓고는 이를 소화하지 못해 더부룩한 속만 내비치는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디스토피아적 이미지나 공룡 로봇(여기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따위로는 도저히 어쩔 도리가 없는 재앙이었다. 그리고 그 재앙은 나비효과가 되어 2017년 초여름을 후려갈겼다.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는 잉글랜드의 암흑시대로부터 출발한다(참고로 메인 각본가가 <킹 아서: 제왕의 검>(2017)에 제작으로 참여했다. 브리튼 신화에 푹 매료된 것 같다). 색슨 족의 침공에 맞서는 브리튼의 아서 왕과 원탁의 기사들, 그리고 주정뱅이 멀린. 멀린은 마법사가 아닌 사기꾼이었다(음모론도 이런 음모론이 없다. 영국이 스스로를 Great Britain이라고 부르는데 말이다). 멀린은 거대한 기계 외계인한테 징징대고, 외계인은 도와준다. 자신의 행성에서 훔쳐온 엄청난 비밀을 가진 지팡이까지 줘 가면서! 1600년이 지나서도 사이버트론의 여신 쿠인테사와 메가트론은 그 지팡이를 찾으려 하는데, 그런 지팡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어준다고? 정말 그럴듯한 개소리다.

 

게다가 시리즈 2편에서부터 출발한 온갖 음모론은 5편에서 정점을 찍는다. 윗위키단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전 세계의 위인들을 주욱 늘어놓는다. 그냥 기억나는 위인들을 읊어대면서 얘네 다 윗위키단이야!”라고 지껄이는데 안소니 홉킨스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입에 재갈을 물리고 싶었다. 떡밥이 하나씩 풀리면서 서로 적대 관계였다가 우호 관계가 되는 것도 어이가 없다. 흔히 태도를 빠르게 바꾸는 것을 가리켜 우디르 같다고 한다(우디르는 라이엇에서 출시한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에 등장하는 챔피언 중 하나다). 각본가가 <리그 오브 레전드>를 플레이하는지 검증이 필요한 시점이다.

 

필자는 본디 액션 장르를 볼 때 서사에 큰 기대를 갖지 않는다. 감정선이나 개연성 따위, 일단 뚜드려 패다보면 있다가도 없어지고 없다가도 생기는 게 액션 장르니까. 그런데 시리즈는 이야기가 다르다. 하나의 큰 줄기가 있어야 이야기가 진행된다. 더군다나 10년을 이어온 시리즈라면, 최소한 이전 시리즈와 공유하며 흘러가는 거대한 줄기가 있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를 이미 본 사람들이라면 십분 공감하겠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장점을 찾아보려 해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 시리즈가 가지고 있던, 커다란 로봇들이 자동차로 변신하거나 서로 치고 받는 장면들도 2시간 40분 동안 계속되면 지겨워진다. , 너 부서지는구나. 너도? 응 너도~ 그리고 쿠인테스 여신이라며? 역시 총 앞에서는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 모두가 평등한 세상이 되는 거다. 그리고 사실 이 영화는 공포영화다. 엔딩에서 속편에 대한 떡밥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 장면만 생각하면 오한이 돌아서 오늘 잠은 다 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보다 1996년에 방영한 애니메이션인 <비스트 워즈>(<트랜스포머> 시리즈 중 하나다. 3D로 그려졌으며, 고릴라 옵티머스와 티라노 메가트론이 나온다)가 비할 데 없이 재밌었다. 이제는 끔찍한 혼종에 불과한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하나 확실한 건 마이클 베이 감독은 <트랜스포머>(2007) 외에는 가진 게 하나도 없는 3류 액션 감독이라는 거다.

 

한국에 <럭키짱>의 김성모가 있다면 미국에는 <트랜스포머>의 마이클 베이가 있다. 평점은 1/1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