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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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포스트>, 저널리즘에 페미니즘 섞어 담기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8. 3. 5. 14:29

<더 포스트>, 저널리즘에 페미니즘 섞어 담기


2018.03.01., CGV 영등포


스티븐 스필버그의 실화 기반 영화다. 필자는 대체로 감독이나 배우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보는 편인데, 오프닝 자막으로 메릴 스트립, 톰 행크스, 스티븐 스필버그의 이름이 나오는 걸 보고는 생각지도 못한 기대를 가지게 됐다. 그리고 필자의 기대는 결과로 보답 받았다. 영화는 닉슨 대통령 재임시절 베트남 전쟁에 대한 펜타곤 페이퍼 보도 사건을 다루는데, 단순한 저널리즘을 넘어 이제는 고인이 된 언론여제 캐서린 그레이엄을 핵심 인물로 해 페미니즘 담론까지 다룬다.

 

캐서린 그레이엄은 최초의 여성 발행인이다. 원래는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그녀는 남편 필립 그레이엄의 자살 후 워싱턴 포스트의 발행인으로 취임한다. 그러나 최초의 여성 발행인이었던 그녀는 주주들과 은행의 신임을 받는 인물은 아니었다. 영화에서도 여성이라는 점이 수익성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골지의 대사가 있다. 그러나 그녀는 고문 변호사 프리츠 비비와 편집국장 벤자민 브래들리를 포함, 우수한 인재를 거느리고 있었다.

 

영화는 댄 엘스버그가 베트남 전쟁의 현장에 종군했다 돌아오며 펜타곤 페이퍼를 유출시키는 데부터 시작한다. 댄이 유출시킨 문서는 뉴욕 타임즈에서 연재기사로 보도한다. 리처드 닉슨 행정부는 위대한 미국이라는 명예를 위해 뉴욕 타임즈가 해당 기사를 보도하지 못하게 한다. 그러자 대략 4천 페이지에 달하는 문건을 워싱턴 포스트의 벤 백디키언에게 건네고, 이를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하게 되는 내용이다.

 

영화에서 다루는 저널리즘은, 국가의 기밀 보장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국방부와 법정공방을 벌이는 부분은 상세하게 다루지 않았지만 발행을 결단하기까지 캐서린의 내적 갈등을 아주 상세하게 담아낸다. 캐서린의 내적 갈등은 벤과 아서(맞는지는 모르겠다. 인물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아서)라는 두 인물로 대변된다. 언론인으로서 벤은 반드시 이를 보도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사업가로서 아서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보도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캐서린은 언론인이면서 동시에 사업가이기 때문에 이를 두고 끊임없이 고민한다. 고민하게 된 배경에는 보다 직접적인 이유가 있었는데, 회사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주식을 공개하는 내용이 있다. 그 과정에서 기사의 수준이 신문의 수익성을 결정한다는 그녀의 생각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펜타곤 페이퍼 사건 전까지 그녀는 사업가로서의 모습을 더 보여준다. 회사의 수익과 사업에 대한 부분을 더 많이 고민하기 때문이겠다.

 

영화에는 캐서린이 회사의 이사들과 모여 이야기하는 장면이 딱 두 번 나온다. 하나는 워싱턴 포스트의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때, 그리고 다른 하나는 펜타곤 페이퍼를 보도하느냐 마느냐 선택의 기로에서다. 전자에서 캐서린은 남성들 사이에서 유일한 여성이다. 때문인지 그녀는 많이 주눅 들어있다. 한 이사가 주가 총액을 계산하는데 이미 그녀는 계산을 마친 상태이면서 작은 목소리와 어눌한 스피치로 말을 한다. 보다 못한 프리츠가 대신 말해줄 정도.

 

그러나 후자에서 그녀는 확연히 달라진 면모를 보인다. 이전까지 여성 발행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녀를 압박하던 시선을 떨치고, 그녀의 결정에 간섭하는 아서에게 단호하게 말한다. “이 회사는 더 이상 내 아버지의 회사도 아니고, 내 남편의 회사도 아니라, 내 회사다라고. 그리고 벤에게 묻는다. “이 기사가 미국의 안보나 미군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을 것을 확신 하느냐.” 이때 벤의 대답도 장관. “100%.” 그렇게 그녀는 발행을 결단한다.

 

여성에 대한 차별이 만연하던 60-70년대 미국, 특히 정치·경제권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하는 언론사의 CEO로서 무시와 압박을 떨쳐내고 언론사의 CEO로서 동시에 발행인으로서 용단을 내린 그녀의 행보는 페미니즘 담론의 전부를 담아내지는 못하겠지만, 최소한 스스로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살아남기로 선택한 여성의 성공적인모습을 보여준다.

 

더불어 캐서린 그레이엄을 연기한 메릴 스트립과 벤자민 브래들리를 연기한 톰 행크스는 유족들에게도 본인의 모습을 완벽하게 연기했다는 평을 들었다고 한다. 확실히 톰 행크스는 앞뒤 재지 않고 언론 정의만을 생각하며 꼴통 같은 면모를 보여주는 언론인 벤을 훌륭하게 연기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메릴 스트립은 사건을 통해 성장하는 여성의 면모를 잘 연기했다.

인류의 진보는 영화보다 영화 같은 현실. 평점은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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