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모든 차별받는 존재들에 대한 눈부신 찬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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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모든 차별받는 존재들에 대한 눈부신 찬사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8. 2. 27. 01:02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모든 차별받는 존재들에 대한 눈부신 찬사

 

2018.02.26., CGV 대전 복합터미널

 

할리우드의 판타지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연출이다. 어떻게 글을 쓰더라도 이 위대한 영화를 온전히 담아낼 수 없겠지만 감히 글을 써본다. 1960년대 어느 항공우주 연구센터를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는 엘라이자(샐리 호킨스)와 괴물(더그 존스)의 로맨스를 다룬다. 그러나 영화는 로맨스 이상의 그 어떤 것을 다룬다. 바로 차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돌연변이>라는 작품이 있었다. 해당 영화는 정치적인 요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었지만, <셰이프 오브 워터>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정치적인 요소라기보다는 당시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여러 편견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우선 가장 눈에 보이는 차별은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에 대한 차별이다. 모두가 괴물을 연구대상으로 본다. 단 한 명, 엘라이자만 빼고. 그를 연구대상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처럼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간은 아니니까. 그러나 엘라이자는 인간이 아닌 그를 사람으로 여긴다. 그녀의 친구 자일스(리차드 젠킨스)와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그녀는 나도 말을 하지 못하고 그도 말을 하지 못하니 그처럼 나도 사람이 아니냐며 화를 낸다. ‘평범한 인간이 아니면 온전한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일테다. 여기서 두 번째 차별이 드러난다.

 

바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다. 엘라이자는 말을 하지 못한다. 자일스와 젤다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벙어리라 말한다. 그녀가 벙어리인 것이 사실이지만 그녀에게 벙어리라 칭하는 것은 그녀에 대한 모욕이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시선은 아직도 팽배하다. 우리는 장애인의 반대말을 정상인이라 한다. 차별이다. 장애인의 반대말은 비장애인이다. 보안책임자 리차드 스트릭랜드(마이클 섀년)도 그녀를 희롱하면서 사실 그래서 더 끌려. 벙어리도 소리를 내나?”라고 말한다. 그런 그녀가 괴물에게 끌리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그녀는 자일스에게 이야기하면서 그는 내가 불완전한 존재라는 걸 모르는 눈빛이다. 그는 나를 있는 그대로 봐준다.”고 한다.

 

세 번째 차별은 엘라이자의 동료인 젤다(옥타비아 스펜서)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 바로 흑인에 대한 차별이다. 리차드의 신은 자신의 형상으로 우리를 창조했지. 당신보다는 나에 가깝지만이라는 말이나, 형제가 없다는 젤다에게 당신네도 그런 경우가 있나?”라고 되묻는다거나, 파이 가게에 흑인 손님이 오자 포장만 된다는 점원의 말 등은 당시에 숨 쉬듯 빈번했던 흑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을 상징한다. 지금이야 차별을 엄격히 금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흑인에 대한 차별은 전 세계적으로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흑형이라는 말이 일반적으로 쓰이는데, 참고로 이 말도 차별이다. 흑인은 이래야한다, 흑인은 당연히 이렇겠지 등을 함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 차별은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이다. 자일스는 게이다. 명확하게 게이라고 명시하는 표현은 없지만 여러 장면들이 그렇게 표현한다. 게이에 대한 차별이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장면은 파이 가게에서다. 파이 가게 점원을 몰래 좋아하는 자일스는 그저 그 점원을 보기 위해 맛없는 파이를 먹으러 간다. 그의 집 냉장고에는 한 입 먹고 만 파이들이 쌓여있다. 어느 날도 그를 보러 갔는데, 그와 꽤나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생각한 자일스는 슬쩍 손을 잡는다. 물론 점원은 질색을 한다. 다시는 오지 말라는 그의 말에 상처받은 자일스는 냅킨으로 혀까지 닦고 그림은 두고 일어난다. 동성애자를 같은 사람이 아닌 이상한 존재로 보는 그 시선들을 감독은 지적한다.

 

영화의 전반적인 부분을 평하자면, 우선 색감이 좋다. 물빛을 함빡 담아냈다. 청록색을 비롯해 온통 어두운 색감들로 채워진 이 영화에서 가장 도드라진 건 일라이자의 옷 색의 변화. 갈색 계통의 옷을 입다가 괴물과 사랑에 빠진 그녀는 원색의 빨간 옷을 입고 출근한다. 가장 먼저 알아보는 건 역시 젤다.

 

일라이자와 젤다의 이름도 흥미롭다. 일라이자Elijah는 구약에 나오는 엘리야, 젤다의 미들네임인 딜라일라Delilah는 삼손을 배신한 블레셋 출신의 여성이다. 엘리야는 에녹과 더불어 성경에 등장하는 죽지 않고 하늘로 올라간 두 사람 중 하나다. 남미에서는 괴물을 신으로 숭배한다는 대사가 있는데, 이에 대한 암시겠다. 850명의 바알 사제들과 단신으로 맞서 싸우기도 했다. 데릴라는 어떠한가. 삼손은 이스라엘에게나 용사지 블레셋에게는 학살자에 불과했다. 그런 그와 결혼해 약점을 알아낸 게 드릴라다. 성경은 이스라엘 민족이 주인공이다. 마찬가지, 전통적인 차별적 시선에서 미국의 주인공은 백인이다. 딜라일라의 역할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겠다.

 

판타지 장르를 베이스로 스파이 장르에 하이스트 장르를 넣고 그걸로 모자라 감독은 뮤지컬 장르까지 넣었다. 영화 전반에 걸쳐 리듬을 추는 일라이자의 뮤지컬은 어느 장면에서 폭발한다. 그 장면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하지 못하지만 당신은 모를 거예요.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라는 가사는 필자의 심금을 울렸다.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은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의 기술 경쟁, 특별한 존재, 이 존재를 악용하려는 정부 요원, 이 존재와 유일하게 교감할 수 있는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오래된 애니메이션인 <아이언 자이언트>(1999)와 닮아있기도 하고, 외롭고 인간관계가 없다시피 한 주인공, 주인공이 사랑하게 되는 사람이 아닌 존재, 자신의 세상을 버리고 주인공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결말 등에서 <렛 미 인>(2010)이나 <트와일라잇> 시리즈와도 닮아있다.

 

아무튼 괴물은 그 당시 미국 사회에, 아니 지금도 온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차별들을 상징하는 존재라고 볼 수 있다. 21세기는 그야말로 차별과 혐오의 시대다. 가진 자들이 없는 자들을 차별하고, 남자가 여자를 차별하고, 백인이 흑인을 차별하며, 이성애자가 동성애자를 차별하고, 국적 있는 사람들이 난민들을 차별한다. 범람하는 차별 속에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던지는 한 마디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다. 간만에 스크린에서 만나는 잘 만든 좋은 영화다.

 

영화의 제목이 물의 형태인 까닭은 짐작컨대 정해진 형태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평점은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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