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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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FILM

<코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한 마디 “기억해줘”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8. 1. 26. 20:26

<코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한 마디 기억해줘

 

2018.01.22., CGV 대전 가오

 

말이 필요 없다. 멕시코와 멕시코의 전통 명절 죽은 자의 날을 소재로 이렇게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줄이야 그 누가 알았겠는가. 소재, 컬러, 목소리 연기, 사운드트랙, 주제까지 우리가 디즈니와 픽사에 기대하는 모든 것들을 알맞게 섞어 담았다. 의외로 스토리가 많이 아쉬웠다. 영화 초반부터 지나치게 강조하는 요소들이 영화 후반에 필요한 반전의 묘미를 많이 깎아먹었다. 친구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그건 그냥 네가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그래.”라고 하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니까.

 

이 영화에서 가장 높게 쳐주고 싶은 건 성우들의 더빙이다. 이건 디즈니의 전작 <모아나>에서도 좋게 봤던 부분인데, 캐릭터의 설정에 맞는 민족의 성우를 썼다는 점이다. <모아나>에서는 모아나 역을 아울리이 크라발리오가 연기했다. 크라발리오는 하와이 태생이며, 모아나와 같은 폴리네시안이다. 이 점은 마우이 역의 드웨인 존슨도 같다. <코코>에서도, 출연진 이름만 봐도 멕시칸 내지는 히스패닉을 많이 기용한 것을 알 수 있다. 주인공 미구엘 역할은 안소니 곤잘레스가, 헥터 역은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이 연기했다. 이런 디테일이 멕시코라는 공간적 배경을 현실적으로 만들면서 죽은 자의 날이라는 축제를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코코>가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디즈니에서 꾸준히 강조해온 주제인 가족을 죽은 자의 날이라는 소재와 엮어 삶과 죽음이라는 내용으로 변주해냈다는 점에 있다. 여담이지만 죽은 자의 날이 스크린 위에 처음 나타났던 것은 아니다. <007 스펙터>의 오프닝 시퀀스에도 해당 이벤트가 있긴 했으나 영화의 특성상 자세히 나오지는 않았었다. 멕시코 사람들은 죽은 자들이 1년에 1번 가족과 친지,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이승으로 온다고 믿는다. 그래서 매년 10/31부터 11/2까지, 첫째 날은 제단을 마련하고, 둘째 날은 죽은 아이들을 위해, 마지막 날은 죽은 어른들을 위한 기도를 올린다. 우리나라의 제사와 많이 비슷한 기능을 한다.

 

사실 우리는, 구체적으로 청년 세대는 꿈과 현실 사이에서 많은 갈등을 겪는다. 현실에는 돈이나 스펙 같은 것들도 있지만, 나를 향한 가족들의 기대 등도 포함된다. 미구엘도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스스로를 뮤지션으로 생각하는 미구엘과 모종의 사연으로 음악이 금지된 미구엘의 집안. 자신과는 직접적인 상관도 없는 이유임에도 가족이라는 이유 하나로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하는 상황이 오자 미구엘은 이런 가족은 필요 없다며 집 밖으로 뛰쳐나간다. 이후 미구엘은 저승에 가게 되는데, 결국 영화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가족의 회복이다. 서로 대화하고, 이해하고, 기억하는 모든 과정이 가족 간의 관계를 회복시키고 사랑을 더한다, 뭐 그런 얘기.

 

가족의 회복은 나아가 공동체의 회복이라고도 볼 수 있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현대사회에서 공동체의 가치는 바닥을 친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코코>는 작게는 가족부터 크게는 사회 전반의 공동체성의 회복을 제시하고 있다. 추운 겨울, 각박한 세상 속에 작은 온기를 전하는 영화다.

 

돌고 돌아 결국엔 가족만이. 평점은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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