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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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TODAY] 77번째 영화, 잃어버린 도시 Z (2017)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7. 9. 28. 22:03

[MOVIE TODAY] 77번째 영화, 잃어버린 도시 Z (2017)

 

2017.09.26. 화요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제임스 그레이. 익숙한 이름은 아니다. 그러나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재야의 고수라는 느낌을 주기에는 충분한 감독이다. 1994<비열한 거리>로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그는 이후 <위 오운 더 나잇>(2007), <투 러버스>(2008), <이민자>(2013) 등을 연출했다. <잃어버린 도시 Z>는 그의 다섯 번째 장편 연출이다. 제목 때문에 착각할 수 있지만, 이 영화는 <월드 워 Z>(2013)의 후속편이 아니다. 탐사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있던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주인공 퍼시 포셋 소령(찰리 허냄)은 부친의 문제로 가문의 명예가 훼손된 군인이다. 이를 테면 육사 출신들이 가득한 가운데 홀로 있는 간부사관 출신 같은 느낌이다. 문에 포셋 소령은 초조하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감독은 포셋의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포셋이 탐사를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 진급도 못하고 본국에서 먼 곳만 빙빙 돌며 소령에 머물고 있는 포셋은 영국 왕립 지리학회 소속으로 남미 탐사를 떠나게 된다.

 

포셋은 헨리 코스틴(로버트 패틴슨), 아서 맨리(에드워드 애슐리)를 위시한 대원들을 이끌고 1차 탐사를 떠난다. 마지막 측량을 앞두고 포셋은 고대 문명의 유물로 추정되는 정교한 토기를 발견한다. 영국으로 돌아온 포셋은 학회에서 숨겨진 고대 문명을 잃어버린 도시’, ‘인류의 마지막 퍼즐 Z’라고 언급하며 꺼지지 않는 뜨거운 열정을 보여준다.

 

<잃어버린 도시 Z>를 관람하는 포인트는 총 세 가지다. 첫째는 누구나 가지고 있을 마음속의 Z’. 사람은 누구나 꿈을 가지고 있다. 그 꿈이 무엇이 됐든, 각자의 마음속에 꺼지지 않는 불씨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살다 보면 자연스레 잊기 마련이다. 현실을 직시했든, 현실에 안주하든 결과적으로 꿈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잦다. 그러나 그 열정이, 꿈엔들 잊힐리야. 이준익 감독의 <즐거운 인생>(2007)도 그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영화는 그 꿈, 각자의 Z를 돌아보게 한다. 필자의 꿈은 글을 파는 것, 구체적으로는 영화평론가가 되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Z는 무엇인가?

 

둘째는 퍼시 포셋의 아내 니나 포셋(시에나 밀러)이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20세기 초반이다. 여성의 사회적 권리가 제한되던 시기다. 니나 포셋은 웅지를 품은 여자였다. 한 남자의 아내이기 전에, 세 아이의 어미이기 전에, 여자이기 전에, 한 명의 사람으로서 살고 싶은 욕심이 있는 여자다. 영화 초반 연회에 참석하기 전, 퍼시 포셋이 2차 탐사를 떠나기 전, 큰아들 잭(톰 홀랜드)이 퍼시 포셋과 탐사를 떠나기 위해 니나 포셋을 설득하려는 장면 등에서 알 수 있다. 출산의 고통을 짐작하는 남편에게 감히!’라며, 자신을 모욕하지 말라며 동등한 사람의 위치에서 남편에게 화를 내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반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 셋째는 (지극히 필자 개인에게 주는 감흥이지만) 탐사에 대한 지리적 태도다. 포셋 부자가 마지막 탐사를 떠나기 전, 미국의 탐험대는 군대를 이끌고 간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와 달리 퍼시 포셋은 해당 지역의 문화를 존중하고, 원주민들과 소통하며 접근한다.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원주민들의 밭을 보면서 수학적이라며 순수하게 감탄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지리학도이기도 한 필자에게 소소한 감동을 준다. 이는 우리가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들을 접할 때 적대적으로 대할 것이 아니라 열린 생각으로 봐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는 살면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꿈과는 멀어진다. 우주비행사를 꿈꾸던 아이도, 과학자를 꿈꾸던 아이도, 대통령을 꿈꾸던 아이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평범한 월급쟁이가 된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는 필자가 꿈을 이야기하면 바보 취급을 받는다. 그러나 필자는, 세상을 바꾸는 건 바보들이라고 믿는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꿈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잃어버린 도시 Z>를 통해, 여러분의 Z를 다시금 발견하기를 바래본다.

 

Z가 꺼져가는 불씨에 숨을 불어 넣는 계기가 되길. 평점은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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