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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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TODAY] 75번째 영화, 몬스터 콜 (2017)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7. 9. 19. 19:21

[MOVIE TODAY] 75번째 영화, 몬스터 콜 (2017)




 

2017.09.17. 일요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개봉 전, 리암 니슨이 몬스터의 목소리 역을 맡으며 화제가 됐던 영화다. <몬스터 콜>은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의 판타지 동화다. 익숙한 감독은 아니다. 이제 세 번째 장편 영화를 내놓은 감독이다. 주연을 맡은 루이스 맥더겔 또한 익숙한 배우가 아니다. 그의 필모그래피 가장 처음을 장식하는 영화는 <>(2015), 그마저도 조연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감독과 배우가 시고니 위버, 펠리시티 존스, 리암 니슨 등의 할리우드 스타들과 어우러지는 이 영화는 시작부터 동화 같다.

 

몬스터(리암 니슨)는 꽤 일찍 등장한다. 그는 주인공 코너(루이스 맥더겔)에게 한 가지 제안(이라기보다는 강요에 가깝지만)을 한다. 자신이 세 가지 이야기를 들려줄 테니 자신에게 하나의 이야기를 해달라고. 그렇게 영화는 크게 다섯 부분으로 구성된다. 몬스터를 만나기 전, 코너의 상황을 보여주는 부분, 그리고 몬스터를 만난 후 몬스터가 들려주는 세 가지 이야기, 마지막으로 코너 자신의 이야기.

 

코너는 엄마(펠리시티 존스)가 많이 아프고, 학교에서는 따돌림을 당한다. 그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들이 그에게 썩 따듯하지는 않다. 그러던 어느 날, 몬스터가 코너를 찾아온다. 몬스터가 해준 첫 번째 이야기는 왕자와 마녀에 대한 이야기다. 사악한 마녀가 왕위를 차지하고, 왕자는 시골 처녀와 사랑에 빠져 야반도주를 감행한다. 나무 밑에서 잠이 들었는데, 다음날 눈을 떠보니 처녀는 죽어있다. 분노한 왕자가 백성을 규합해 마녀를 몰아낸다는 이야기다.

 

코너는 이 이야기를 듣고 왕자에게 자신을, 처녀에게 엄마를 대입하며 할머니를 마녀로 생각한다. 엄마와 둘이서 잘 살고 있는데 할머니가 끼어 들어서 가정의 평화를 파괴하고 있다고 생각한 탓이다. 그러나 사실 처녀는 왕자가 죽였다. 자신이 처녀를 죽이고 마녀에게 뒤집어 씌웠다. 마녀도 사실 사악하지 않았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는 거다.

 

두 번째 이야기는 약제사와 목사의 이야기다. 산업혁명으로 숲이 파괴되고, 때마침 목사는 약제사를 공개적으로 비난한다. 약제사는 점점 설 곳을 잃어간다. 때마침 목사의 두 딸은 병에 걸린다. 현대의학도, 기도도 소용이 없다. 목사는 약제사를 찾아가 간절히 부탁한다. 딸을 구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신앙까지도, 모든 것을 포기하겠다고 말한다. 그러자 약제사는 자신이 도울 게 없다고 한다. 결국 목사의 두 딸은 죽는다.

 

이 이야기에서 목사는 코너의 아빠(토비 켑벨). 목사는 너무도 쉽게 자신의 믿음을 포기했다. 코너의 아빠 또한 너무 쉽게 자신의 가정을 포기했다. 몬스터는 자신이 목사관을 파괴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목사는 믿음이 없었다고 말한다. 두 번째 이야기의 교훈은 믿음은 소중한 것이고, 무엇을 혹은 누구를 믿는지가 중요하다는 거다. 몬스터의 이야기에서 목사와 약제사가 비교되는 만큼 코너의 아빠와 엄마가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 코너는 몬스터와 함께 목사관을 파괴한다. 신나게 때려 부수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할머니 집의 거실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놨다. 백 년이 넘은 시계도 박살났다. 이때 할머니가 집에 돌아온다. 거실의 상태를 본 할머니는 큰 충격을 받는다. 코너에게 직접적으로 화는 내지 못하고, 분을 삭이면서 문을 세게 닫고 방으로 들어간다. 이 씬은, 몬스터를 만나는 건 일종의 꿈 내지 상상인데, 그 속에서의 행동이 현실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의미한다.

 

세 번째 이야기는 투명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투명인간이 있었다. 그는 실제로 투명은 아니었지만, 주변 사람들이 그를 투명인간 취급했다. 투명인간 취급에 지쳐 화가 난 그는,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으면 내가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이야기에서 투명인간은 코너 자신을 상징한다. 앞서 두 이야기에서는 코너의 상상 속의 세계에서 이야기가 진행된 반면, 세 번째 이야기는 학교 식당에서 진행된다.

 

코너는 자신을 괴롭히던 다른 소년을 때린다. 분노를 폭력으로 표출한다. 여기서 인상적인 부분은, 선생님과 코너의 대화 장면이다. 코너는 선생님에게 벌을 주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교장은 벌을 줘서 뭐하겠냐고 답한다.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개념이 코너의 머릿속에는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데, 자신이 생각한 결과가 그대로 나타나지 않으니 혼란에 빠지는 코너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제 코너가 몬스터에게 이야기를 할 차례다. 몬스터는 코너에게 진심을 말하라고 한다. 코너의 이야기는 오프닝 시퀀스에도 나왔던 코너의 악몽이다. 코너는, 앞선 세 개의 이야기를 통해, 그리고 자신에게 벌어진 일들을 통해 드디어 현실을 마주한다. 코너가 마주한 것은 이별의 상실이었고, 또한 소년에서 어른이 되는 과정이었다. 마주하게 될 현실이 두려워 회피하던 코너는 몬스터라는 용기를 만나 어른이 된다.

 

<몬스터 콜>은 어린이가 아닌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빡빡한 현실에 지쳐있는 모든 어른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가슴 따뜻한 이야기는 수채화, 연필 소묘 등의 질감을 통해 시각적으로 전달된다. 바요나 감독의 차기작인 <쥬라기월드: 폴른 킹덤>이 기대되는 이유다.

 

성장은 언제나 아픔을 전제로 한다. 평점은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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