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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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TODAY] 74번째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2017)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7. 9. 14. 00:13

[MOVIE TODAY] 74번째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2017)

 

2017.09.11. 월요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검은 스크린. 누군가의 발소리가 나지막하게 울린다. 화면이 밝아지면서, 터널을 빠져와 눈 덮인 기찻길 위에 혼자 서 있는 설경구의 모습이 나온다. 안면근육을 경련시키는 설경구의 모습이 제법 비장하다. 지난 2016<불한당>에서 보여줬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스크린에 복귀한 설경구는 이번 영화에서 어떤 연기를 보여줄까. 부푼 가슴으로 만난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역시설경구가 선택한 영화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설경구라는 배우는 연기력에 비해 형편없는 선구안을 가진 배우로 유명하다.

 

전체적인 플롯은 단순하다. 연쇄살인범으로부터 딸을 지켜내는 아버지의 이야기다. 일견 리암 니슨의 <테이큰> 시리즈와도 통한다. 그러나 <살인자의 기억법>만이 가진 독특한 설정은 아버지 김병수(설경구)가 알츠하이머, 즉 치매 환자고 그 또한 연쇄살인범이라는 거다. 기억을 잃어가는 늙은 늑대가 영역을 침범한 젊은 늑대를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가 이 영화의 요점이다. 최소한, 그렇게 홍보를 진행했다.

 

서사가 진행되면서, 영화가 보다 초점을 맞춰야하는 부분은 김병수의 기억이었음을 깨달았다. 경련, 망상, 블랙아웃, 그리고 불확실한 기억은 영화 속 김병수라는 인물뿐만 아니라 관객까지 혼란에 빠지게 한다. <엑스 마키나>(2015)에서 칼렙(돔놀 글리슨)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고민하면서 관객들까지 의심에 빠진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감독은 김병수의 치열한 내적 갈등보다 새로운 늑대인 민태주(김남길)라는 캐릭터를 부각시키면서 두 남자의 대결구도로 서사를 진행시킨다.

 

덕분에 김은희(설현) 캐릭터의 중요성도 같이 높아진다. 민태주의 타겟이 김은희가 되면서, 김병수는 부성애라는 속성을 부여받는다. 상습적인 망상과 기억상실에 시달리는 김병수는 부성애로 알츠하이머를 일부 이겨내는 모습을 보인다. 글쎄, 말이 되나? 기억이 끊어지는 간격이 점점 짧아지고 자신과 딸의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 부성애로 이겨낸다? 인간의 능력은 끝이 없으니 가능하기야 하겠지만 설득력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단순히 극적 서사를 위해 비중을 늘린 인물이라 그럴지도.

 

전체적인 영화의 분위기는 한 편의 소설을 보는 기분이다. 라고 생각했더니, 동명의 원작 소설이 있다.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이다. 어쩐지, 김병수라는 인물의 속성이 자신의 가정을 지키는데 몰두하는데 적합하지 않다고 느껴진 이유가 있었다. 원작 소설을 읽지는 않았지만, 영화와 소설의 문법은 분명 다르다. 소설을 영화로 각색하며 많은 노력을 기울였겠지만, 언제나 결과가 좋을 수는 없다. “졌지만 잘 싸웠다.” 원신연 감독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다.

 

망상과 기억은 버리고 살인과 아버지만 가져왔다. 평점은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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