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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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TODAY] 71번째 영화, 브이아이피 (2017)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7. 9. 6. 23:48

[MOVIE TODAY] 71번째 영화, 브이아이피 (2017)

 

2017.09.03. 일요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개봉 직후 여혐 영화라며 온갖 몰매를 맞은 영화다. SNS를 타고 퍼진 소문 때문인지 감독과 배우들이 가진 티켓파워에 턱없이 부족한 (09.05 기준) 130만을 겨우 웃도는 정도다. 박훈정 감독의 대표작인 <신세계>(2013)가 청소년 관람불가에 제법 잔인한 느와르라는 장르적 한계를 가지고도 468만 명을 넘기며 흥행에 성공한 것에 비하면 암울한 수치다. 필자는, ‘여성혐오라는 단어가 굉장히 민감하게 인식되는 요즘의 대한민국에서, 이 영화는 여혐 영화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우선 영화의 플롯은 기존에 박훈정 감독이 보여줬던 스타일을 그대로 답습한다. 2010<악마를 보았다>에 각본으로 참여하며 이름을 알렸던 박훈정은 이후 <부당거래>(2010), <신세계>(2012) 등의 대작도, <혈투>(2010), <대호>(2015) 등의 평작 이하의 작품도 각본을 써냈다. 이번 <브이아이피>까지 6편의 작품에서 보여주는 박훈정 스토리의 특징은 개성 강한 남자들이 선악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상황에서 치열하게 맞붙는다는 거다.

 

박훈정이 재미를 본 작품들만 예로 들어보자. <악마를 보았다>에서는 국정원 경호요원 수현(이병헌)과 연쇄살인마 장경철(최민식), <부당거래>에서는 검사 주양(류승범)과 경찰 최철기(황정민), <신세계>에서는 경찰 강과장(최민식)과 스파이 이자성(이정재) 그리고 조직폭력배 정청(황정민)이 맞붙는다. 이들의 싸움에는 선악이 없다. 원래는 있었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흐르며 선악보다는 생존(이때의 생존은 상대방의 죽음을 전제로 한다)이 주가 된다.

 

그런 박훈정의 플롯이 그대로 녹아있는 <브이아이피>는 배우만 바뀌었을 뿐, <악마를 보았다><부당거래>, <신세계>가 끔찍하게 녹아있다. 북에서 온 연쇄살인마 김광일(이종석)이 모종의 거래를 통해 한국에 체류 중인데, 경찰 채이도(김명민)는 김광일을 잡아야하고 국정원 요원 박재혁(장동건)은 김광일을 CIA에 넘겨야한다. 그 와중에 북한 보안성 요원 리대범(박희순)도 김광일을 노리는 상황. 굳이 요약하자면 신세계에서 부당거래하는 악마를 보았다정도가 되지 않을까.

 

128분의 러닝 타임은 총 5부로 나뉜다. 1. 프롤로그, 2. 용의자, 3. 공방(攻防), 4. 북에서 온 귀빈 VIP, 5. 에필로그. 많은 사람들은 영화 속에서 여성이 피해자로서 희생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물론, 얼마 전에 개봉했던 <청년경찰>에서처럼 개연성 없이희생시키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 그러나 <브이아이피>는 조금 다르다.

 

연쇄살인마 김광일은 발기부전(으로 추정)이 있는 변태 사이코패스다. 그 변태 사이코패스가 성욕을 왜곡된 방식으로 해소하는 게 감독의여성혐오로 볼 수 있는가? 극의 개연성이나 인물 설정의 맥락을 봤을 때 이건 박훈정의 여성혐오가 아니다. 그저 김광일이라는 캐릭터의 여성혐오에 불과하다. <택시운전사>의 경우처럼 비난의 대상이 잘못됐다는 말이다.

 

영화에서 핵심적으로 다루는 사건은 기획귀순이다. 여담이지만 기획귀순자는 실제로도 많이 있었다고 한다. 북한과의 분단 상황에서 기획귀순자가 등장하는데 그게 하필 변태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다. 함부로 손댈 수 없는 인물이 알고 보니 괴물이라 다른 세 남자에게는 어쩌지 못하는 상황이 주어진다. 주어진 특수한 상황에서 폭력과 담배를 이용해 범죄 느와르라는 장르를 제법 괜찮게 소화한다. 문제는 그 안에 박훈정 감독의 철학이나 정의가 느껴지지 않는다. 철학도 정의도 없는 폭력은 (아무리 영화라 할지라도) 어떠한 가치도 갖지 못한다.

 

<신세계>를 꿈꿨으나 또렷하게 보이는 한계. 평점은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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