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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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TODAY] 70번째 영화,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 (2017)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7. 9. 6. 22:05

[MOVIE TODAY] 70번째 영화,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 (2017)

 

2017.09.01. 금요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뤽 베송 감독이 <5원소>(1997) 이후 참으로 오랜만에 SF 장르를 들고 돌아왔다. 20년의 시간이 흘러 <5원소>의 브루스 윌리스, 밀라 요보비치 등을 뒤로 하고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신예 데인 드한과 카라 델레바인을 장착한 뤽 베송은 빼어난 영상미를 선보이며 스스로가 건재함을 과시한다. 할리우드 대표 비주얼리스트로서는 무한한 찬사를 보내지만, 스토리 텔러로서는, 글쎄.

 

SF 장르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은 미래 혹은 우주에 대한 상상력 위에 철학적 고민이 더해져 평소에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관념들을 사유할 수 있다는 거다. <5원소>가 할리우드 SF 영화 중 일말의 망설임 없이 대작으로 손에 꼽히는 이유는 파괴와 전쟁이 끊이지 않는 세기말의 고민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아바타>(2009), <엑스 마키나>(2015), <컨택트>(2017) 등의 영화를 SF 대작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또한 그 안에 철학적 고민들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SF 장르는 시각적인 효과만으로 평가하기에 부족하다.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는 그런 철학적 고민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영화 전체를 꿰뚫는 하나의 주제가 없다. 여러 천 조각들을 기워 패치워크 의상을 만들어낸 느낌이다. 부분 부분을 떼어놓고 보면 시각적인 요소나 그 내용 등이 놀랍도록 신선하고 구체적이다. 그러나 한 걸음 뒤에서 영화를 보면 엉성하기 짝이 없다. 대놓고 보여주는 차이나 머니는 말 할 것도 없다.

 

필자가 이 영화에서 짜낼 수 있는 이야기는 불법이민자, 패권, 리더십, 국가, citizen 등의 단어에서 볼 수 있는 미국에 대한 비판이다. 미국은 패권주의 국가로 유명하다. 스스로 세계경찰이라 자부하며, 이슬람 국가들과 무력으로 맞붙는 서구사회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미국을 상징하는 인물이 바로 사령관(클라이브 오웬)이다. 발레리안(데인 드한)에게 자신의 행동은 대의를 위한 행동이며,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국가는 패권과 리더십을 잃었을 거라며 일갈한다. , 정치는 잘 모르겠다만, 오사마 빈 라덴이 살아있을 적 부시 전 대통령이 그러지 않았던가?

 

불법이민자에 대한 이야기도 그렇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이후 멕시코와의 국경선에 장벽을 설치할 것을 선포하면서 사실상 불법이민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현재 미국에는 수많은 불법이민자가 있다. 영화 속 버블(리한나)은 불법이민자라는 설정인데, 발레리안이 버블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ID카드를 약속한다. ID카드는 합법적인 영주권을 상징하는 단어다. 그런 버블의 정체성identity에 대한 대사가 제법 의미심장하다.

 

구석구석마다 아름다운 장면과 놀라운 이야기들을 숨겨두었으나 엮어내는 솜씨가 아쉬웠던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 중간에 반가운 대사가 나온다. 뤽 베송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수많은 영화들 중 하나, <테이큰>(2008). “I’ll find you, and I’ll kill you.”/“Good luck.” 그러나 떡밥 회수조차 안 되는 싸구려 오마주일뿐. 어설픈 부분은 언제나 전체를 갉아먹는 법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평점은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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