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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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TODAY] 68번째 영화, 혹성탈출: 종의 전쟁 (2017)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7. 8. 19. 12:24

[MOVIE TODAY] 68번째 영화, 혹성탈출: 종의 전쟁 (2017)

 

 

 

2017.08.18. 목요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영화는 리부트 3부작의 지난 줄거리들을 가볍게 훑으며 시작한다. 음성이 아닌 텍스트와 영상으로 보여주는데, 이때 강조되는 세 단어가 있다. Rise, Dawn, 그리고 War. 바로 <혹성탈출> 리부트 시리즈의 제목이다. 1<혹성탈출: 진화의 시작>(2011)의 영어 제목은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2<혹성탈출: 반격의 서막>(2014)의 영어 제목은 <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 그리고 3<혹성탈출: 종의 전쟁>(2017)의 영어 제목은 <War of the Planet of the Apes>. 세 단어를 강조하면서 리부트 3부작의 마지막임을 암시한다.

 

원작은 어릴 때 한 번쯤 봤을 법한 <혹성탈출>(1968)이다. <혹성탈출>은 이후 4편의 속편, 그리고 1편의 리메이크가 나왔을 만큼 인기 있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3편의 리부트가 나온 것. 여담이지만, ‘사실은 이곳이 지구였다는 설정은 이후 SF 장르에서 고전적인 클리셰가 됐다. 원작 소설은 일제의 포로수용소에 갇힌 연합국 포로들로부터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데, 이에 따르면 원작에서는 인간들이 연합국 포로다. 그러나 리부트 작품에서는 유인원이 포로로 보인다는 게 나름의 재미.

 

<혹성탈출: 종의 전쟁>SF를 바탕으로 영웅물, 로드무비, 탈출극, 서부극, 전쟁물 등의 다양한 장르를 변주한다. 여러 이벤트와 장르가 뒤섞이는 와중에도 시저(앤디 서키스)와 대령(우디 해럴슨)의 명확한 대립구도를 통해 실수 없이 여러 캐릭터들의 욕망과 동기를 보여준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지난 두 편을 보면 시저의 털색이 눈에 띄게 변했다) 더욱 인간 같아진 시저의 철학적 고뇌는 야만적인 대령(대령의 내적 갈등 또한 중요한 부분이다)과 대조를 이루며 외적 갈등보다 더 한 내적 갈등을 잘 그려낸다.

 

이번 작품에서 감독은 세계관을 크게 확장시킨다. 그동안 리부트 시리즈에서 관객이 보고 접한 유인원은 시저의 무리가 전부였다. 공간적 배경이 한정적이니 영화의 공간이 되는 배경 바깥의 소식을 알 수가 없다. <혹성탈출: 종의 전쟁>에서는 이름은 정확히 나오지 않았지만 배드 에이프라는 별명을 가진 유인원이 등장한다. 배드 에이프는 다소 무겁고 딱딱한 메인 플롯을 한결 가볍고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배드 에이프는 코믹 요소를 가진 캐릭터라는 설정보다 더 중요하고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이전까지의 공간적 배경은 금문교가 있는 샌프란시스코다. 이번 작품도 주된 배경은 샌프란시스코가 있는 캘리포니아 주가 맞다. 시저 일행이 배드 에이프를 처음 만났을 때, ‘모르는 녀석이라는 로켓의 말이나, 영어를 할 줄 모르는 로켓, 루카, 모리스의 대화를 알아듣지 못하는 것으로 전혀 다른 무리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후 계속된 대화를 통해 배드 에이프는 네바다 주에 위치한 시에라 동물원 출신임이 밝혀진다. 이는 유인원의 진화가 국지적이지 않고 북미 전역, 나아가 전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상임을 암시한다.

 

나아가 <혹성탈출: 종의 전쟁>은 리부트 시리즈를 원작 영화 <혹성탈출>(1968)로 귀결짓고 있다. 이전에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에서 우주선이 고장(확실하지는 않다)났다는 전단이 뿌려지는 영상이 있다. 이때도 물론 아 이게 원작과 이어지겠구나라고 생각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보다 명확하다. 첫째는 시저의 둘째 아들 코넬리우스다. 코넬리우스는 원작에서 고고학자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오랑우탄 둘째는 모리스다. 모리스라는 이름은 원작에서 성직자 가이우스를 연기한 모리스 에반스의 이름에서 따왔다. 셋째는 노바다. 원작에도 노바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말을 못한다는 점이 비슷하나 리부트에서는 유인원들과 친구로 지낸다는 점, 원작에서는 테일러(불시착한 우주선의 대장)가 이름을 붙였으나 리부트에서는 모리스가 이름을 붙였다는 점, 검은 머리가 아닌 금발이라는 점 등이 다르다. 결과적으로는 원작과 이어지는 설정들이 존재한다는 점이 충분히 강조된다. 그래서 그런지 쿠키 영상은 없다.

 

<혹성탈출: 종의 전쟁>에서 또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인간과 유인원의 관계다. 대령은 시저의 무리를 잡아 수용소에 가두고 강제로 노역을 시킨다. 많이 들어본 이야기이지 않은가? 전형적인 식민지 국민들의 모습이다. 대령의 군대는 다른 군대와 전쟁을 하는데, 그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유인원을 이용한다. 그런 제국주의국가의 압제로부터 벗어나 자유를 되찾는 모습은 어떤 관점에서는 미국의 건국을 그대로 보여준다. 18세기 초반 대영제국은 북미대륙에서 대서양 연안에 13개의 식민지를 가지고 있었다. 13개 식민지는 조지 워싱턴을 중심으로 결속, 궐기해 대영제국으로부터 독립한다. 시저를 조지 워싱턴 미국 초대 대통령에 그대로 비춘다.

 

시저는 일견 예수 혹은 모세와 비교된다(예수의 이름이 모세에서 따왔으니 둘 다여도 이상하진 않다). 모세와 같이 유인원(이스라엘)들을 인간(애굽)들로부터 탈출(출애굽)시켰고, 예수와 같이 스스로의 죽음으로 유인원에게 자유(구원)를 선물했다. “You can’t save them”이라 말하는 코바는 사탄과도 같다. 성경의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아포칼립스라는 말이 있다. 로켓과 모리스가 준비하는 탈출로에는 APE-POCALYPSE 라는 글귀가 쓰여 있기도 하다. 이는 다시 미국의 건국과 얽혀 개신교 사상 위에 세워진 미국이라는 국가를 상징한다.

 

그런 시저와 대립하는 대령도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다. 첫 등장은 위장을 한 채 시저의 둥지를 기습, 시저의 아내와 큰 아들 알렉산더를 죽이고 도망가는 장면이다. 이후 분노한 시저가 대령을 쫓다가 잡히고 처음으로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 이때 대령은 몇몇 인물들의 이름을 언급한다. 그랜트 대통령, 리 장군, 커스터 사령관, 앉은 황소 추장 등.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전쟁영웅이라는 점이다. 그들에게 감화 돼 스스로 전쟁영웅이 되고자 하는 대령의 욕망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물론 단점도 존재한다. ‘종의 전쟁이 아니라 종의 광복이라는 별명이 있다. 이는 배급사에서 제목 번역을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간다움에 대한 고찰 위에 세워진 견고한 드라마는 원작에 대한 면밀한 해석이며, 언뜻 경외감마저 느껴지는 충실한 리부트다.

 

역사상 가장 완벽한 리부트. 평점은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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