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MOVIE TODAY] 66번째 영화, 우리를 침범하는 것들 (2017) 본문

영화 FILM

[MOVIE TODAY] 66번째 영화, 우리를 침범하는 것들 (2017)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7. 8. 7. 22:32

[MOVIE TODAY] 66번째 영화, 우리를 침범하는 것들 (2017)

 

 

 

2017.07.27. 목요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할리우드의 30-40대의 젊은 배우들 중 필자에게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배우는 마이클 패스벤더다. 2001년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로 데뷔해 <300>(2006), <헝거>(2008),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2009), <피쉬 탱크>(2009),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2011), <데인저러스 메소드>(2011), <셰임>(2011), <프로메테우스>(2012), <노예 12>(2013),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2014), <슬로우 웨스트>(2015), <맥베스>(2015), <스티브 잡스>(2015), <엑스맨: 아포칼립스>(2016), <어쌔신 크리드>(2016), <파도가 지나간 자리>(2016), <에이리언: 커버넌트>(2017), <송 투 송>(2017)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부터 저예산 예술영화까지 다양한 장르와 규모,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냈다. 그런 패스벤더 주연이기에 <우리를 침범하는 것들>(2017)은 필자에게 일종의 의무로 다가왔다.

 

<우리를 침범하는 것들>은 영국의 무법자들의 이야기다. 그 중 채드(마이클 패스벤더)는 그 무리의 행동대장이다.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무법자 무리의 리더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채드는 아들 타이슨(조지 스미스)만큼은 정규 교육을 받은 평범한아이로 키우고 싶어 한다. 본인도 무법자 생활에서, 그리고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려 노력한다. 그러나 채드의 아버지 콜비(브렌단 글리슨)는 이를 용납하지 못한다. 제목인 <우리를 침범하는 것들>에 대한 해석은 생각보다 일찍 나오는데, 바로 콜비와 타이슨의 대화에서 드러난다.

 

학교는 생각을 통제하려 든다. 저항할 줄 알아야 해. 그래야 우리를 침범하지 못해.”

 

콜비가 생각하는 침범하는 것들은 제도화된 관념이다. 균일한 공간에서 균일한 교육을 받고 자란 균일한 아이들은 콜비에게 있어 침범된 사람들이다. 지구가 정말 둥그냐는 질문에 콜비는 내가 선 이곳에서는 둥글다는 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강요한다. 채드는 이런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학교 교육조차 받지 못해 읽지도 못한다. 채드는 콜비로부터 벗어나려 하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다. 시도와 좌절을 반복한다.

 

후반부에 들어 이야기는 급격하게 진행된다. 여느 아침과 마찬가지로 채드는 아들과 딸을 학교에 태워다준다. 집에서 자고 있는데, 아이들이 사라졌다는 연락을 받은 아내 켈리(린제이 마셜)의 닦달에 아이들을 찾아 나서지만 찾을 수 없다. 무법자에 범죄 용의가 있어 경찰에 신고도 마음 편히 하지 못한다. 콜비 덕분에(?) 타이슨은 학교에서 퇴학당하고, 채드는 타이슨의 생일선물로 줄 강아지조차 사지 못한다. 독립하기 위해 알아보던 집의 주인은 콜비가 무서워 채드에게 집을 주지도 못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무장 경찰에게 체포되는 굴욕을 겪는다.

 

어느 아버지가 이런 상황을 견딜 수 있을까. 그러나 채드는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도 콜비를 내치지 못한다. 채드는 이미 콜비에게 침범당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결국 채드는 나무 위에서 타이슨과 둘만의 시간을 갖는다. 타이슨은 나무 위에서 채드에게 정말 지구가 평평하냐고 묻는다. 채드는 말한다. “아빤 잘 몰라. 네가 직접 알아봐라.” 이 말로 콜비에게 침범당하며 자라온 채드는 그 침범의 사슬을 끊어낸다.

 

제목 우리를 침범하는 것들은 결국 우리를 지배하는 관념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필자가 들은 말이 있다. 제법 인상적이어서 아직도 기억한다. 우리가 하는 말이, 남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우리의 말이어야 한다는 것. 관념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관념이나 현상을 마주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관념이나 현상을 수용하고, 소화하고, 다시 뱉어내는 과정을 인생이라 정의할 수 있다면 채드는 타이슨에게 올바른 인생을 선물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관념의 파도 앞에서. 평점은 6/1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