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짧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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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TODAY] 60번째 영화, 그 후 (2017)

김사장의 짧은 리뷰 2017. 7. 7. 14:55

[MOVIE TODAY] 60번째 영화, 그 후 (2017)

 

2017.07.06. 목요일. KUCINE

 

흑백영화다. 바야흐로 2017년에 이르러 새로 개봉하는 영화가 흑백이라니. 영화가 시작하면서 필자는 적잖이 당황했다. 컬러영화에만 익숙해져있는 필자는 흑백영화가 가지는 이미지의 뉘앙스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흑백으로 촬영한 것은 신의 한 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며 더 날카로워진 통찰력에 박수를.

 

<그 후>가 이야기하는 것은 끊임없는 자기변명이다. 홍상수 감독의 바로 전 작품인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가 감독의 뮤즈인 김민희를 보여주는 영화였다면 <그 후>는 자기 자신의 모습에 더 집중한 영화다. 때로는 뻔뻔하게, 때로는 비겁하게 홍상수 감독 본인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과 김민희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후>는 아름(김민희)이 봉완의 출판사에 처음 출근하는 하루의 이야기를 다룬다. 봉완은 아침 일찍 집을 나와 출판사로 향한다. 출판사까지 이르는 길은 봉완의 과거 회상이다. 창숙과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보여준다. 영화의 가장 압권은 창숙(김새벽)이 봉완(권해효)과 술을 마시는 장면이다. 술에 취한 창숙은 봉완에게 비겁하다고, 추하고 비겁하다며 오열한다. 가슴이 찢어지듯 오열하는 그 모습과 대조적으로 봉완은 자신은 비겁하지 않다며 변명하기 급급하다. 아내에게 전화하냐며 허세도 부려보지만 소용없다. 봉완은 비겁했다.

 

갈등은 봉완의 아내(조윤희)가 출판사에 찾아오며 고조된다. 아내는 봉완에게 여자가 생겼음을 알았으나 창숙의 존재는 몰랐기에 그 상대가 아름이라고 오해한다. 그날 밤 아름이 일을 그만둔다 하자 봉완은 아름을 붙잡는다. 이야기가 정리되고 화장실을 간다며 나간 봉완은 창숙을 만나고, 아름에게 해고 통보를 한다. 비겁한 남자의 모습을 보인다. 창숙이 없을 때는 누군가 필요하기 때문에 창숙의 대체자로 아름을 여기다가 창숙이 돌아오자 망설임 없이 창숙에게 돌아선다.

 

그러나 영화의 제목이 의미하듯, 홍상수 감독이 하고자 하는 말은 그 후에 있다. 제법 시간이 흐르고 아름은 봉완을 찾아온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고, 아름은 창숙의 안부를 묻는다. 봉완은 그냥 그렇게 살기로 했다고 대답한다. 자신의 인생은 포기하고 아이를 위해 살겠다고. 비겁한 사랑의 비겁한 결말을 포장하는 비겁한 변명이다.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삶을 비겁하다 표현하는 홍상수의 비겁한 변명이다.

 

추하고 비겁하다. 평점은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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